예능 프로건 드라마건 여자가 주인공이면 일단 믿고 보는 편인 깎새. 작년에 방송됐던 <텐트 밖은 유럽> 시리즈 중에서 <텐트 밖은 이탈리아>을 특히 인상깊게 봤더랬다. 여배우 4명이 이탈리아라는 낯선 곳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콘셉트야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여행자들이 신세계를 대하는 반응은 훨씬 아기자기하고 질박하다는 점에서는 이전에 출연했던 남자족과는 차별적이었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시리즈에 유명 연예인이 많이 등장하지만 여자 출연진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면서 솔직했던 종족을 본 적이 없다고 깎새는 제멋대로 비평을 한다.
연초에 방영했던 <정년이>는 또 어떻고. 여성국극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근자에 본 드라마 중 최고로 치는 데 서슴지 않는 깎새. 여자만으로도 드라마를 꾸려가는 힘이 꿋꿋했고 플롯, 인물, 연기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어서 완성도도 너끈했다. 주인공이 때론 밉지 않은 빌런으로 행세한다거나 그 반대로 동료들과 연대해서 예술적 성취를 이뤄가는 서사는 한 인물에만 초점을 맞춘 성공담이기보다는 주인공인 여자와 관계 맺은 여자족 모두의 성장기이기에 남자족 일기당천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고들 하지만, <무쇠소녀단>이란 예능 프로에 출연한 여자 연예인들을 애닳게 염려하고 응원하는 자신이 참 낯설다고 여긴 깎새. 다행스럽게도 복싱 대회 출전한 네 명 중 단 한 명도 냉혹한 링 캔버스에 나동그라지지 않았고 되레 입상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는 장면에서는 주책맞게 눈물까지 찔끔거렸을 정도다. 모처럼 리얼리티 예능의 정수를 맞봤다고나 할까. 그전까지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황홀한 경험이었다. <무쇠소녀단> 복싱편을 깎새가 높이 평가하는 까닭은, 비록 예능이라는 한계가 짐 지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싱에 전혀 문외한인 여자 출연자들 스스로가 예능을 뛰어넘는 리얼리티로 승화시켰다는 데 있다.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세워 놓고 달려가는 집념도 대단했지만 달성해 가는 과정 자체에 출연자들이 흠뻑 빠져들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에서 시청자는 진심어린 경의를 표함은 물론 모처럼만에 이렇게도 감동을 받는구나 하는 벅찬 흥분에 전율했던 것이다. 이는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마치 무위도식하듯 처먹고 또 처먹고는 어디서 그런 돈들이 생기는지 모르겠지만(출연료로 대신하는 건지 원래 돈이 많다는 걸 자랑하려는지 모르겠지만) 남들 처먹은 것까지 다 계산하는 내용이 다인 같은 채널 <핸썸가이즈>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바다.
결국 프로를 지휘하는 연출자가 어떻게 의도하는가에 달린 문제겠는데 <무쇠소녀단>은 여자라서 범접하기 까다로운 영역, 즉 격투 스포츠에서조차 여자라는 한계를 뛰어넘는 서사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해냄으로써 깎새처럼 예능이라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는 시청자일지라도 변심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여자족 출연진 뿐만 아니라 연출자에게도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