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부

by 김대일

지루한 먹고사니즘을 차라리 고질이라 여기는 게 신간에 더 편하다고 의뭉을 떨면,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인생사라면서 이 지경에 이르러 전세를 역전시켜 보겠다는 용틀임이 부질없어지고, 바뀌어 본들 얼매나 바뀌겠냐는 처연한 체념에 약간 주눅이 들지언정 급히 먹는 밥에 목이 메거나 요행수에 기대 만용을 부리는 어리석음 따위와는 일부러라도 거리를 두려는 영악한 보수주의자로 전향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는다.

자기도 모르게 허투루 흘려 버리는 시간의 파편이 아깝기 그지없어서 꾸역꾸역 그러모으려는 집요한 일상성으로 마음의 풍요와 평화를 위한 길을 찾아 보려는 노력, 걱정하지 말고 운명을 미래에 맡기는 'Che Sera'적 인간은 아마 이런 어부일 테고 깎새가 지향하는 인간상이다.



언젠가 독일 그린피스 전前 의장인 볼프강 작스에게서 다음과 같은 우화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한 관광객이 목가적인 풍경을 찍으러 해변에 갔다가 어부가 고깃배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어부에게 날씨는 좋고, 바다에 고기도 많은데 왜 이렇게 누워서 빈둥거리느냐고 물었다. 어부가 필요한 만큼 고기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하자 관광객은 만약 어부가 하루에 서너 차례 더 바다에 출항한다면 서너 배는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고, 그러면 1년쯤 뒤에는 배를 한 척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한 3년이 지나면 작은 선박 한두 척을 더 사게 될 테고, 그러면 결국에는 여러 척의 어선들을 지휘하며 물고기 떼를 추적할 헬기를 장만하게 되거나, 아니면 잡은 고기를 대도시까지 싣고 갈 트럭을 여러 대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면?” 어부가 묻자 관광객은 의기양양해져서 말했다. “그러고 나면, 당신은 멋진 해변에 편안히 앉아 아름다운 바다를 조용히 바라보게 될 겁니다!” 그러자 어부가 말했다. “그게 바로 당신이 여기 오기 전까지 내가 하고 있었던 거잖소!” (『고전의 향연』, 이진경 외, 한겨레출판, 358~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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