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 안 돼요?
- 요금이 싸서 단말기 자체를 안 들였습니다.
- 이걸 어쩌나.
- 계좌이체도 됩니다.
- 그게 뭐요?
- ···.
- 아는 사람 소개로 여기 온 건데 그 사람한테 카드로 결제되냐 물었더니 된대서 왔는데.
지갑에서 주섬주섬 꺼낸 건 동사무소에서 발급해 주는 민생지원카드였다.
- 내 볼일 보고 오는 길에 은행 들러 현금을 찾아 꼭 드리리다.
대목 손님들은 밀려 있고 끼니때를 놓쳐 진이 다 빠진 터라 군말없이 보냈지만 깎새는 결단코 믿지 않았다. 돈 찾아 오겠다고 신신당부하는 사람 치고 다시 오는 사람 못 봤으니까. 더군다나 민생지원카드로 현금 인출했다는 소리는 금시초문이었다. 뒤늦게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일껏 깎아줬더니 뻔한 시치미나 떼는 짜치는 인간들이 너무 싫었다. 이럴려고 끼니때 놓쳐 가며 중노동하는 건 아닌데.
컨디션은 점점 최악으로 치달았다. 끝도 없이 손님이 몰려들어 허기가 져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기어이 돌려 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속으로 뭐든 집어넣어야 건사할 성싶어서 '점심 먹습니다. 금방 먹습니다.'라고 쓴 종이를 점방문에다가 붙이고 잠금 장치를 막 매만지려는데 눈치없이 누군가가 밀고 들어왔다.
- 좀 늦었지요.
5천 원짜리 지폐를 건네는 손님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깎새. 원래 옹졸했었는데 끼니때를 놓쳐 성미까지 더 걍팍해진 스스로가 너무 창피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