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by 김대일

지금 돌이켜보면 알쏭달쏭하다. 1980년대를 주름잡던 2인조 포크 듀오의 하고많은 노래 중에 그들 목소리가 들리니까 그들 노래인 줄 알지 귀에 설기 짝이 없는 그 노래만 왜 집착했는지, 하여 대학 새내기 때던 1990년대 초 학사주점에서 부어라 마셔라에 열중하다 순서가 돼 한 곡조 뽑을라치면 당시 CC였던 여자애와 돼먹지 않은 화음으로 그 노래를 불러제꼈던 까닭이 정말 뭔지. 혹시 그 듀오가 부른 여러 노래들 중에서도 유독 꽂히게 만드는 멜랑꼴리한 멜로디가 주범이었는지, 아니면 노래 가사에 담긴 절절한 서정성이 함께 부른 여자애를 향한 깎새의 비원과 겹치는 바람에 자꾸 부를수록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헛된 기대를 부채질한 까닭이었는지.


그로부터 세월이 제법 흐른 어느날, 어떤 노래를 듣고는 깜짝 놀랐다. 인기 절정이던 김건모가 부른 슬픈 발라드가 학창 시절 술판에서 허구헌날 불러제꼈던 노래와 판박이라서. 오래전 가슴 저미게 한 멜랑꼴리를 한소끔 푹 끓여 그 끈적거림이 한층 더 깊어진 노래를 표절이라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깎새의 세계관에서 보자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어떤 계시처럼 일이관지해서리 종교적이기까지 하니까. 영원한 사랑을 갈망했음에도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워하던, 그리움이랄지 미련이 원죄처럼 들씌워진 사람을 대변한다고나 할까. 그렇게 두 노래는 공명했던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ZH7KBntyoVI


https://www.youtube.com/watch?v=XuLjKQFi0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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