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27)

by 김대일

농담할 수 있는 거리

윤희상



나와 너의 사이에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린다



나와 너의 사이는

멀고도, 가깝다

그럴 때, 나는 멀미하고,

너는 풍경이고,

여자이고,

나무이고, 사랑이다


내가 너의 밖으로 몰래 걸어나와서

너를 바라보고 있을 즈음,



나는 꿈꾼다



나와 너의 사이가

농담할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것을


나와 너의 사이에서

또 바람이 불고, 덥거나, 춥다



(농담할 수 있는 거리란 어떤 사이일까. 바람이 불고 덥기도 하고 춥기도 한, 감정적으로 가까운 듯하면서도 멀어서 묘한 긴장감이 흐르지만 가을빛으로 물든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사이. 『유머니즘』(문학과지성사, 2018)을 쓴 김찬호에 따르면 관계를 조율하는 원근법에서 다채로운 웃음이 피어나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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