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러닝머신에서 뛰는 거와 실제로 뛰는 건 천지차이라고 누가 그러더라. 탁 트인 자연을 벗 삼아 맑은 공기 맘껏 호흡하면서 때로는 오르막을 기신기신 올랐다가 내리막은 씽씽 내달리며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뜀박질의 진정한 묘미라는데 마음은 드넓은 대지를 폭풍질주하는 한 마리 야생마다. 허나 지금 시급한 건 기초 체력이다. 뛸 수 있는 연료를 채우는 게 우선이다. 평탄한 러닝머신 위에서조차 얼마 못 가 헉헉대는 저질 체력으로는 러닝 천국이라는 한강 강변코스 할애비를 데려다 갖다 놓아도 즐길 자격이 없는 것이다.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서 내내 걷기만 하다가 포레스트 검프로 변신한 지 석 달째 접어들었다. 처음엔 숨이 가빠서 500미터도 채 못 뛰고 감속 버튼을 죽어라 눌러댔는데 이러다간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 마음 모질게 먹기로 했다. 헬스복 환복하기 무섭게 들입다 뛰고 또 뛰다 보니 거리가 1킬로, 2킬로, 3킬로 시나브로 늘어나더니 어느덧 4킬로는 숨 찬 기운을 거의 못 느끼고 거뜬히 뛰는 지경에 이르렀다. 스스로 공약한 대로 올 연말까지는 5킬로를 한 번에 무난히 뛸 자신감이 포인트 적립되듯 차곡차곡 쌓여 방자하게도 우쭐해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뛰다 보면 만끽한다는 행복감과 도취감, 이른바 러너스 하이라는 정체를 느껴본 적이 없다는(그런 기분이 스윽 들었지만 그게 그것인지 모르고 넘어갔을 수는 있겠지만 아무튼) 거다. 점방을 파하면 곧장 헬스장으로 달려가 습관처럼 뛰긴 하지만 정해 놓은 목표 거리를 뛰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막상 첫 기분은 영 더럽다. 추스르고 어느 만치 뛰다 보면 여지껏 뛴 게 아까워서라도 오늘 목표한 거리는 무조건 채우겠다는 일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그걸 러너스 하이라고 보기는 애매하다. 정지 버튼을 누를 때쯤 온몸은 땀으로 절어 있지만 그렇다고 썩 행복하지는 않다.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이 갈음할 뿐. 왜 이럴까? 혹시 나이가 들면 감정이 메말라지는 희귀한 병에 걸린 건 아닐까? 대관절 러너스 하이가 무엇이관데 뛰면서도 염려가 가실 줄을 모른다.
어쨌든지 간에 올 연말까지 5킬로를 너끈히 뛸 체력을 마련하고 나면 동네 뒷편 달맞이언덕길 완주나 시도해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