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by 김대일

2019년 수능시험 치르기 일주일 전 밤에 해운대백사장에서 가족 사진을 찍었었다. 아마 큰딸 기분 전환 겸 산책을 나온 김에 한 컷 장만했지 싶다.

2025년 수능시험 치르기 일주일 전 밤에 해운대장산역에서 네컷사진관을 찾아 공교롭게도 또 가족사진을 찍었다. 막내딸 생일 및 수시합격 축하 겸 일주일 뒤 수능시험 사기 진작 차원에서였다.

그럴 리 없는 줄 뻔히 알면서도 타임루프가 아예 없다고도 단정을 못하겠다.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꼭 6년 전과 똑같이 가족사진을 찍는 걸 보면 말이다.

2019년 수능시험을 치른 큰딸은 편입을 거쳐 대학졸업반이 됐고, 2025년 수능시험을 어제 치른 막내딸은 고교졸업반인 동시에 대학새내기가 되기 직전이다.

아이들 커가는 모습이 대견하기 이를 데 없으나 씁쓸한 기분까지 감출 수야 없다. 2019년 11월 3일 쓴 글을 6년이 지나 꺼내 읽어도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 까닭이겠다.




큰 녀석은 다음 주에 수능시험 치고 작은 녀석은 내년이면 중학생이다.

이목구비 또렷해지는 애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 만큼 늙어 버린 나는 보기 싫다. 가족사진의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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