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책 던지기

by 김대일

마음이론(Theory of Mind)에 따르면, 타인의 생각과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 말하자면 역지사지할 줄 아는 능력은 타고나는 게 아니랬다. 원래부터 탑재해 있는 기본 사양이 아니라는 소리다. 사는 동안 그 능력을 깨워서 충분하게 발달시켜야지 그렇지 못할 경우 이기와 독선에서 비롯된 방종으로 흐르다 고질이 되어 버리면 다른 이는 안중에도 없는 파렴치한 짓을 자행해도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인간 말종으로 변질될 공산이 크다.

거리를 활보하면서 담배를 피워 대는 흡연자는 자기 뒤에 사람이 있건 없건 내 알 바 아니라는 뻔뻔함의 극치를 달리는 자일까 담배로 얻는 쾌락에 탐닉한 나머지 타인의 존재 여부를 까먹어 버린 극단적 이기주의의 발로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타인들에게 눈총받을 짓인지 아닌지조차 아예 분간하지 못하는 무뇌충일까. 어떤 경우이건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뢰한인 건 똑같다.

예전에 마음이론 유지 개선에 소설 읽기가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담긴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타인의 상황과 감정에 일단 공감하는 게 전제가 되어야 하고, 읽기를 마치면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공감을 돌려받게 되니 좋은 훈련이 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김영준 전前 열린책들 편집이사가 칼럼에서 밝혔다. 또 다른 이는 소설적 상상력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 만들고 자신의 상상력을 키우게 하는 고로 소설을 많이 읽은 사람은 세상을 자신의 눈으로만 보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아마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이 자기 이름을 걸고 쓴 칼럼에서 밝혔지 싶다.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당장이라도 책장에서 빛바랜 소설책 한 권 꺼내 들어야 한다. 그리고선 담배를 피우며 거리를 활보하는 무뢰한을 향해 들고 온 소설책을 냅다 던지고는 "당신 때문에 다른 행인이 고통스럽다는 걸 깨닫게 하려니 이럴 수밖에 없어요!"라고 항변해야 한다.

이해하는 시늉만 해도 세상은 달라져 보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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