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이기는커녕 그 입맛이라는 게 허섭스레기나 다름없는 작자라 쌈장, 초장 맛에 기대지 않으면 회 맛을 전혀 즐기지를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혀끝에서 일었던 식감과 풍미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하는 횟감이 있긴 있었으니, 바로 서대회와 우럭회다.
가자미와 비슷하지만 몸은 혓바닥 모양이고 심하게 납작한 서대는 매콤한 무침으로 해먹어도 맛있지만 뼈째 뜬 세꼬시야말로 그 찰지고 감칠맛으로는 일품이다. 정말 귀한 손님을 횟집으로 모셔서 대접할 요량이면 서대회가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여길 만큼 그 인상이 대단히 강하게 남았지만 그 서대회와 맺은 첫 인연은 좀 서글픈 측면이 있다. 십수 년 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민락동 포구에서 하꼬방 같은 초장집을 꾸리던 때, 한 무리 손님이 근처 직판장에서 주문한 서대회를 들고 왔다. 우럭, 광어, 방어는 알아도 서대는 처음이었던 초짜배기 터수라 무슨 횟집 이름인 줄 착각했더랬다. 부산에서는 흔하지 않고 단가가 센 편이라 찾는 이 드문 귀한 횟감이라면서 한 점 물려 주길래 씹었더니, 세상천지에 이런 회가 다 있나 싶을 만큼 착착 달라붙는 게 아닌가. 이왕 입 버린 김에 맛이나 진탕 더 보자 싶었지만 없는 살림에 손님 따라 시키려니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각이라 아쉽지만 입맛만 다셨더랬다. 서대회로 안주 삼던 무리가 떠난 자리를 치우려는데 제법 남긴 서대회가 눈에 뜨였고 그걸 들고 얼른 부엌으로 들어가 손님들이 또한 먹다 남은 소주를 나발로 불면서 통째로 입안에 쑤셔 넣었다. 우적우적 씹는데 소주가 과했던 건지 와사비를 많이 찍어서였는지 자꾸 눈물이 났다. 맛있는 서대회를 씹어 먹으면서 흘린 눈물이 그저 이전에는 맛보지 못한 귀한 음식에 감동한 탓이라 여기고 싶었지만, 맛있는 걸 먹는데도 왜 스스로 비루한지, 왜 비루할 수밖에 없는지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서대회 맛은 그렇게 각인되었다.
조피볼락이라고 하면 못 알아먹고 흔히 우럭이라고 칭하는 물고기.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는데 주문한 모듬회에서 빠지면 서운한 횟감으로 요즘엔 흔해 빠졌다. 우리가 회 먹으러 간다고 하면 광어나 우럭 먹는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한때 우럭 요리가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회, 튀김, 매운탕이 한 세트로 나오는 우럭 요릿집이 우후죽순이었다가 요즘엔 한 풀 꺾였는지 여간해선 잘 안 보인다. 아마 양식한 우럭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로 인해 대중화가 이뤄진 모양이었는데 미식가이기는커녕 그 입맛이라는 게 허섭스레기나 다름없는 입장에서 자연산보다 그 쫄깃쫄깃한 식감이 더하다는 양식 우럭에 오지게 맛을 들여놔서 그런지 회, 튀김, 매운탕 가릴 것 없이 코 박고 먹기 바빴던, 그 쫄깃함에 홀딱 넘어가 버려 동석한 친구 녀석들이 젓가락질하는 손이 안 보인다고 타박을 하건 말건, 여러 우럭 요릿집을 돌아다녔지만 유독 <나폴리 우럭>이라는 상호가 박힌 거기 우럭 요리 맛만은 요릿집이 사라진 지 1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전혀 잊혀지지가 않는다.
우럭 맛도 맛이거니와 <나폴리 우럭>은 거기에 모여 우럭 회, 튀김, 매운탕을 깔아 놓고 소주잔을 쳤던 당시 녀석들 면면이 어제 일처럼 생생해 더 사무친다. 어떻게 그 맛을, 그 녀석들을 잊을 수 있겠는가. 하여 우럭은 맛으로도 먹지만 기억으로도 먹는 소울푸드인 셈이다.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