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개미』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파킨슨 법칙(같은 이름의 파킨슨 병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 따르면, 어떤 기업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점점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고용하면서도 급료는 과다하게 지급하게 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고위 간부들이 강력한 경쟁자들이 나타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위험한 경쟁자들이 생기지 않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능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이다. 또 사람들이 반기를 들 생각을 못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급료를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배 계급들은 영원한 평온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는 것이다. (2권, 222~223쪽)
유시민 작가가 설파한 <A급, B급론>과 비슷한 구석이 엿보인다.
어떤 조직에 A급이 최고 책임자잖아요? 그럼 그 사람은 다 A급만 데리고 와요. 어쩌다가 B급이 하나 섞여 있어도 대세에 영향이 없어요.
그런데 B급이 오잖아요? A급을 절대 안 써요. 왜냐하면 A급을 쓰는 순간 자기가 B급임이 드러나기 때문에 A급을 못 오게 해요.
그래서 어느 대학에서 학과를 처음 만들 때 그 분야의 A급, 특A급을 데려다 학과장을 딱 시키잖아요? 그럼 A급 교수 젊은 사람들이 쫙~~ 깔립니다. 그 밑에 왜냐하면 A급들은 B급 밑으로 싫어하거든요. 자기와 비슷한 A급을 좋아해요. 그런데 B급이 오면 A급을 절대 안 데리고 와요. 아무리 잘 데리고 와도 B급, 아니면 C급을 데리고 와요. 그러면 세월이 조금 지나면 그 밑에 D급과 등 외로 쫙 깔려요. 그럼 그 학과는 망하는 거예요.
유시민 작가가 대한민국 정치 바닥을 비평하면서 언급해 화제가 되었던 책은 『침팬지 폴리틱스』(프란스 드 발 저자 /장대익, 황상익 번역, 바다출판사, 2018)이다. 무능한 데다 사악하기까지 한 자가 대권을 거머쥐고 거들먹거리면서 폐급들을 수하로 부려 나라 근간을 흔들다 못해 결국 12.3 내란을 일으켜 민주주의가 무너질 뻔했다. 벌써 일 년 전 사건이다. 저자인 프란스 드 발은 『침팬지 폴리틱스』를 통해 진화론의 맥락과 침팬지들이 보여주는 고도의 정치 활동을 결합해 정치가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정치적 기원 또한 인류의 역사보다 오래 됐다고 주장했는데 침팬지 무리들을 통해 인간의 권력 속성까지 그려낸 역작으로 불리워질 만하다. 유시민은 책에 등장하는 침팬지의 권력 투쟁을 당시 한국 정치에 포개 상황을 이해시키고 앞으로를 예견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이 부분이다.
우리가 정치적인 생각과 행위를 하게 만드는 유전학적 기초 또는 생물학적 기초를 침팬지와 공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호모사피엔스가 침팬지는 아니에요.
침팬지는 수컷 침팬지들이 서열 1위가 되려고 막 여러가지로 본능적으로 행동하는데 그렇다고 목적의식을 가지고 하는 건 아니에요. 암컷을 독점하지 않고 자기가 암컷과 교미를 하는 비율이 모든 수컷들 중에 제일 높은 것으로 만족하는 거예요. 딴 수컷이 암컷들하고 교미하는 것을 쫓아다니면서 징벌을 하질 않아요. 자기 보는 데서만 안 하면 돼. 그러니까 저쪽 후미진 데 가서 하는 것에 대해 뭐라 하질 않아요. 관용이죠. 독식하지 않아요. 그리고 보안관 행동을 하잖아요. 그것도 본능적으로 하는 거예요.
하지만 우리 호모사피엔스는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나는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나는 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는가', '국회의원이 되어서 뭘 할 건가' 이런 고민을 하죠. 그러니까 권력을 추구하는,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 욕망, 이것은 유전학적 기초가 있고 생물학적으로 우리가 진화를 통해서 얻은 본능이라 치더라도 이 본능을 발현해 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무엇이 선한가, 어떤 것이 아름다운가, 훌륭한가, 이런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거예요. 우리 인간이 하는 정치는 선, 미, 진 이런 가치들이 있는 거예요. 침팬지들하고는 달라요. 그런데 우리가 이 현실 정치를 분석하거나 해석하면서 챔팬지 폴리틱스를 갖고 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런 가치가 다 사라지고 지금 벌거벗은 권력 투쟁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이 하고 있는 검찰권 사용 행태도 다른 무리들이 가지지 못한 무기를 가지고 공격하는 거거든. 검찰권이라는 것은 윤대통령만 가지고 있는 거예요. 자기만 가지고 있는 무기로 상대방을 살상하려고 하는 정치를 하는 거예요. 이건 매우 본능적인 거거든요.
이 이론을 갖다 대야 하는 자체가 비극이예요 지금. 우리 정치의 비극이고 참극이예요. (유시민, <매불쇼> 팟캐스트에서)
영장류의 대가였던 프란스 드 발은 2024년 사망했다. 생전에 그가 남긴 저서 중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충호 역, 세종서적, 2017)을 주문했다. 동물도 유머를 즐긴다는 사실에 흥미가 동해 주문을 했지만 책을 소개하는 글을 읽다 보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잠재되어 있어 기대가 크다. 특히 동물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동물보다 더 우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 즉 인간의 아성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훨씬 철학적으로 접근할 독서법이 필요치 않을까 싶다.
큰불은 잡았고 지금은 잔불 정리를 할 때라는 어느 시사평론가 말에 동감한다. 정권은 교체되었고 나라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중일 테다. 인간으로서 보다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로 프란스 드 발의 저서를 새로 읽을 시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