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33)

by 김대일

몸살

정연복



딱히 찾아올 사람도 없어

이따금 외로움이 밀물지는 때


불현듯 불청객처럼

다가오는 너


끈질기게 들러붙어

몸이야 많이 괴롭더라도


너와의 꿈결 같은

몇 날의 동거(同居) 중에는


파란 가을 하늘처럼

맑아지는 정신


왜 살아가느냐고

무엇을 사랑하느냐고


너는 말없이

화두(話頭) 하나 던지고 가지



(몸살이 닥칠 즈음 으슬으슬 춥다. 오한에 시달리다가 어깻죽지 쑤시는 증상으로 넘어간다. 그러고선 전신이 쑤시고 결린다. 몸살이다 싶음 얼른 약 먹고 드러누워야 한다. 마누라를 닦달해 두 겹 세 겹 이불을 뒤집어써야 직성이 풀린다. 깊은 잠에 빠졌다가 서슬 오른 새벽녘 제풀에 놀라 한두 번 깨 줘야 몸살 앓은 티를 낼 수 있다. 죽으면 썩어 빠질 육체 왜 이다지도 고달퍼야 하는지 실존의 의미를 새삼 각성하는 밤은 지속된다.

하지만 노폐물인 양 식은땀을 실컷 배출하고 난 몸뚱아리는 의외로 삽상하다. 소생이란 이런 것일까. 언제 그랬냐는 듯 신새벽 옷을 갖춰 입고 점방으로 출근한다. 생명의 신비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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