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by 김대일

사전이라는 형식을 빌어 비꼬고 풍자하는 블랙 유머가 특징인 『악마의 사전』(앰브로스 비어스, 정시연 옮김, 도서출판이른아침, 2005). 저자가 밝힌 '사전(dictionary)'도 독자의 기대에 전혀 어긋나지 않게 일반적인 사전적 의미와 동떨어졌다.



* 사전(dictionary)~ 사전이란 언어의 자유로운 성장을 억제하여 탄력성 없는 것으로 고정시키고자 생각해 낸 언어와 문자에 관한 악랄한 저자. 단, 본 사전은 예외로 지극히 유익한 저작이다.



내란 진압 1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나라 5부 요인과 오찬을 가졌는데 이 나라 대법원장이라는 작자가 작정이라도 한 듯 미리 준비해 둔 메모를 꺼내 나불거렸다. 그런데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는 게, 법관으로 밥 벌어먹고 산 지가 몇십 년이면서 국민을 상대로 거리낌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이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버젓이 지껄이니 이 나라 법관, 대법관, 대법원장이란 치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뻔뻔스러워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뭐라도 잘근잘근 씹어야 직성이 풀릴 성싶어 문제의 사전을 펼쳐 보았다. 마침 있다.



* 재판관(judge)~ 자기와 개인적으로는 관심이 없는 싸움에 언제나 목을 처박고 있는 사람. 공무원인데 그 역할은 신의 권능과 유사하다. 그런데 재판관은 일반적으로 신의 이름을 남용하는 정도에 비하면 영웅으로서의 대접은 받지 못한다.

* 법률가(lawyer)~ 법의 맹점에 아주 익숙한 사람.



학생 때 요행히 공부만 잘해 법관이 된 주제에 하늘 아래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는 놈들한테 성깔에 못 이겨 원색적인 육두문자나 날리면 비루한 그것들과 다를 바가 없어서리 시니컬로 택했다. 그것들보다는 고상해야 안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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