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포만한 행복

by 김대일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야 철이 드는 건지, 고사리손에 폭 들어갈 만큼만 움켜쥐고 동그랗게 포개던 어릴 적 흙놀이처럼 제 배포에 맞는 행복을 실현 가능한 범주 안에서 찾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죽었다 깨어나도 일확천금은 못 벌 팔자라고 선을 그었더니 큰돈이 아니 된다고 해서 깎새 길로 전향한 것에 절망할 리 없다. 계좌 잔고야 늘 거기서 거기니 유행을 따릅네 남들 따라 여가를 즐깁네 흥뚱항뚱 기웃거릴 여유도 까닭도 없으니 유유자적에 오히려 홀가분하다. 부모된 자로 간혹 자식 앞길 터줄 물질적 후원이 버거울 때가 없지 않지만 형편이 닿는 한 힘껏 애를 쓰니 거기에 반목이 있을 리 없다. 넉넉하지는 않으나 진심이 실한 줄 알면 통하는 법이니 무엇을 걱정하리오. 어떤 책에서 봤다.


- 넘치는 것은 언제나 모자라는 것과 평행을 이룬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기울거나 치우치지 않는 균형이란 무게추 위에서 시소놀이를 하는 삶이다. 일견 비관적인 운명론으로 빠질 공산이 크지만, 한 사람의 희로애락은 무엇이 더 크고 더 작은 게 아닌, 그 시기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할 뿐 결과적으로는 균등하게 배분되어 있는 바, 내가 더 낫고 너는 훨씬 모질다는 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평등성에 기반한다고 굳게 믿고 있는 깎새인지라 새옹지마니 호사다마니 과유불급 따위 사자성어야말로 아주 오래전부터 축적된 인류 공통의 경험에 기반한 섭리로써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개개인의 삶에 반영될 게 뻔해서 눈앞의 호오에 연연하지 않거나 그 따위가 뭔 대수냐고 대범하게 무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이다. 참으로 대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당장 없거나 아니 되어 아쉽고, 아쉬움이 지나쳐 서러우며, 서럽다 못해 비참해할 까닭 없이 내 배포만한 행복에 겨워하면서 그저 우직하게 제 삶에 충실하자고 오늘도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게 신상에 이롭지 않겠는가.



성공시대

문정희




​어떻게 하지? 나 그만 부자가 되고 말았네

대형 냉장고에 가득한 음식

옷장에 걸린 수십 벌의 상표들

사방에 행복은 흔하기도 하지

언제든 부르면 달려오는 자장면

오른발만 살짝 얹으면 굴러가는 자동차

핸들을 이리저리 돌리기만 하면

나 어디든 갈 수 있네

나 성공하고 말았네

이제 시만 폐업하면 불행 끝

시 대신 진주목걸이 하나만 사서 걸면 오케이

내 가슴에 피었다 지는 노을과 신록

아침 햇살보다 맑은 눈물

도둑고양이처럼 기어오르던 고독 다 귀찮아

시 파산 선고

행복 벤처 시작할까

그리고 저 캄캄한 도시 속으로

폭탄같이 강렬한 차 하나 몰고

미친 듯이 질주하기만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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