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정수동
세상이 미쳤는데 근엄할 게 무엔가
이름은 감추고 술이나 마시다 죽지
아이가 태어날 때 왜 우는지 아는가
세상 근심 끝이 없어 그러는 거라네
疎狂見矣謹嚴休
只合藏名死酒褸
兒生便哭君知不
一落人間萬種愁
(조선시대 풍자와 야유라 하면 김삿갓을 대표로 꼽지만 정수동(1808~1858)도 그에 못지않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가 쓴 시를 엮은 『하원시초夏園詩鈔 』가 완역되어 있다는데 찾아 읽어볼 작정이다. 그 전에 조선시대 통쾌하고 유쾌한 인물들의 일화와 사건들을 모아 담은 책이라는 『조선사 쾌인쾌사』(이수광, 추수밭, 2009)에 등장하는 정수동에 관한 일화가 우선 재밌고 통쾌하다. 여간내기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정수동이 어쩌다 양반들과 술을 마시게 되었다. 고상한 시회를 핑계 삼은 분탕한 술자리였다. 썩은 자들과 술을 마시는 것도 못마땅한데, 이 양반들 보소. 평소 자신들을 조롱하는 정수동을 작정하고 골탕 먹일 양이었던지라 정수동만 쏙 빼고 자기들끼리만 잔을 돌린다.
이에 정수동은 중간에 돌아가는 술잔을 계속 가로채 마신다. 이를 참다못한 옆자리 양반이 정수동의 뺨을 후려친다. 그러자 정수동은 재깍 몸을 돌려 다른 쪽 양반 뺨을 냅다 후려친다. 뺨을 맞은 양반이 붉으락푸르락해져 호통을 쳤음은 당연하다. 그 양반님께 정수동 왈.
"저는 뺨을 돌리는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