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김씨' 도라도가 <세월이 가면>을 부를 때 전율이 일었던 까닭은 진입 장벽이 공고하기 그지없는 원곡 정서를 비집고 들어가려는 시도가 치밀했을 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틈입에 성공해서였다. 그것도 스무 살밖에 안 된 외국인이 고유어가 아닌 가사를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는 점에서 괴물이라고밖에는 달리 그녀를 평가할 수가 없다.
<제 맘대로 불후의 명곡>를 뽑을 때 우선 드는 전제는 다른 가수가 부르더라도 원곡 정서가 여전히 유효하냐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는 원곡자 프리미엄을 뛰어넘을 정서의 함양이 충만하게 갖춰졌느냐는 질문과 통한다. <비처럼 음악처럼>을 부른 김현식처럼 견디기 어렵게 애가 타는 서정성을 갈음할 수 있는지, <As Time Goes By>를 부른 윤미래의 소울 짙은 감성과 그걸 받치는 특유의 음색을 따라할 자신이 있으면 어디 한번 불러보라는 식이다. <세월이 가면>을 '필리핀 김씨' 도라도가 요행히 잘 접근하기는 했으나 최호섭이라서 더 짙을 수밖에 없는 아련한 향수를 뛰어넘자면 무르익은 연륜이 필요하다.
충만한 정서 함양 만큼이나 대체 불가 조건은 원곡 특유의 음색이다. 퍼커션, 봉고, 트윈 기타 시스템을 등장시킨 참신성, 멜로디, 가사, 화성조차 뒷배경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넘사벽 가창력이 일품인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는 이 시대 목청깨나 뽑는다는 그 어떤 가수가 따라부른다 한들 감히 범접하지 못하는 몽환적이면서 독특한 음색이다. 김광석이 부른 <사랑했지만>은 또 어떻고. 담담한 절제미로 더욱 깊은 슬픈 감성을 자아내는 김광석이 그 특유의 뽑아내는 목소리 톤으로 절정을 향하는 순간에 이는 전율은 발라드 가수가 되려는 이라면 으레 치르는 신고식처럼 <사랑했지만>을 불러제끼지만 그 어떤 사람도 김광석에 버금가기는커녕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자연스럽게 <제 맘대로 불후의 명곡> TOP 5가 모두 나열됐다. 초월적인 정서와 독보적인 음색이 아니면 원곡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아니 되고 따라 부를 수도 없다. 누구든 커버는 자유다. 다만 원곡에 누가 되지 않는지 미리 전전긍긍해야 한다. 그런 용을 안 쓰면 근본주의자들한테 평생 찍히기 십상이니 주의하라!
https://www.youtube.com/watch?v=eYiDIeSk3Go&list=RDeYiDIeSk3Go&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KyKiZtLOlLs&list=RDKyKiZtLOlLs&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lN_GJnQP03Y&list=RDlN_GJnQP03Y&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s3uPXokhpnA&list=RDs3uPXokhpnA&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ZZEv8ZB6G_s&list=RDZZEv8ZB6G_s&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