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by 김대일

12/30, 즉 다음주 화요일이 막내딸 고등학교 졸업식이란다. 마침 깎새 휴무일이라 막내딸은 당연히 아빠가 참석하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날은 막내딸 할머니 파킨슨병 약을 타러 병원에 가는 날이기도 하다. 오전이라 일정이 겹치겠다고 했더니 막내딸 얼굴에서 실망이 역력했다. 방학을 맞은 큰딸이 회사일로 바쁜 엄마, 할머니 약 타러 가는 아빠 대신 참석할 예정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다만 큰딸은 병원과 막내딸 학교가 어차피 해운대 신시가지 안에 몰려 있으니 가급적 눈도장만 찍더라도 졸업식에 참석한 다음에 병원 일 보는 게 어떻겠냐면서 눈을 흘겨 시간을 쪼개서라도 그럴 작정이다.

요즘 고등학교 졸업식은 해 넘기기 전에 후딱 해치우냐고 막내딸에게 물었다. 그러는 데도 있고 2월에 하는 데도 있지만 자기네 학교는 방학 기간 동안 교내 공사 일정이 잡혀서 졸업식을 그날 잡았다고 해 괜히 트집 잡고 싶어지는 깎새다. 입학식 만큼이나 졸업식도 학생, 학부모 입장에서는 기념비적인 행사임엔 틀림없는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후다닥 해치우는 것도 마뜩잖지만 공사 사정 운운하면서 학교 당국 편하자는 심산인 성싶어 그렇다.

인생의 중요한 시점 하나에 종지부를 찍는 졸업은 다음 출발선에 서기 전 전열을 가다듬는 정비 기간이다. 꼭 졸업식 당일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그날을 전후해 반성하고 충전해 새롭게 결의를 다지는 기간으로 그 의미가 진짓 중하다. 그런데도 한갓 의례적인 행사로 점점 격하되는 시류가 아쉽고 안타깝다. 하기사 요즘 젊은이들한테는 그 기간조차 사치스럽긴 하다. 반성하고 충전해 결의를 다질 시간에 그들은 아르바이트하기 바쁘다. 충북 음성 사는 손윗처형네 막내딸, 그러니까 깎새 막내딸보다 한 살 위인 이종사촌 언니는 재수를 해 부산 소재 대학교로 진학을 결정했다고 한다. 제 엄마더러 원룸 월세만 내주고 나머지 생활비는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 그집 막내딸 포부가 가상하긴 하지만 어린 나이에 뭐 그리 셈속할 게 많은지 아르바이트하느라 여념이 없다기에 마음이 짠했다. 그러니 졸업식이 무슨 대수겠는가.

다행히 막내딸은 언니든 아빠든 졸업식하는 날 기념사진이라도 함께 찍어 남기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막내딸다운 레트로 갬성이라 뿌듯하기까지 했다. 역시 운치가 있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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