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주면 생기는 일

by 김대일

임플란트한 어금니 한 개가 심하게 흔들렸다. 나사가 풀린 모양이었다. 치과로 연락했다. 마침 다음날이 노는 화요일이라서 다행이었다. 다만 갑작스럽다 보니 원하는 시간대 예약이 어려웠다. 오전은 11시 30분 이후로 가능하다는 답이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요양병원 모친 면회시간과 겹쳐서 그러니 좀 당길 수 없냐고 부탁했지만 난색을 표했다. 당일 예약 펑크가 날 수도 있으니 한 시간 전쯤 미리 도착해 대기하고 있으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간호사가 응수했다.

다음날 새벽 양치질을 하는데 더 흔들렸다. 빠지지는 않고 덜렁거리는 게 기분이 몹시 더러웠다. 막내딸 등교를 도와주고 나서 이왕 채비하고 나온 김에 차라리 더 일찍 가서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 싶어 운전대를 치과 방향으로 돌렸다. 그러고 도착했더니 오전 9시 30분. 예약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당도한 셈이었다. 기척 들은 간호사가 다가왔다. 그러고 불쑥,

- 깎새시죠?(이렇게 불렀을 리 없다. 당연히 이름을 불렀지)

- 저를 아세요? 어떻게?

일면식도 없는 간호사가 예약시간보다 2시간 일찍 온 환자를 알아보고 그 이름을 불러줬을 때(잔잔한 미소는 덤이고) 마음에 이는 파장은 의외로 컸다. 그 사람인 줄 알아보는 신통방통한 능력은 차치하고라도 병원 중에서도 특히 무섬증이 유난스러운 치과에서 선제적으로 제 이름을 불러줬을 때 드는 위로랄지 안도감이랄지 하여튼 깊이 배려받는 듯한 기분은 '기분이 좋다'를 넘어서는 고차원적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마스크를 껴 그 면상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속얼굴도 마음씀씀이 만큼이나 예쁠 게 틀림없다고 여기기에 이르렀으니 그 간호사의 급속 '빠'가 된 셈이다.

해당 시간에 와야 할 예약 손님이 오지 않았는지 곧장 치과의자를 꿰차 기다리는 시간을 벌었다. 치료도 순조로워 변수 없이 원래대로 어금니를 단단히 고정시켰다. 볼일을 마친 뒤 학교 선배인 치과 원장과 잠시 담소를 나눴는데 간호사를 띄워 주었다. 자기 직원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원장도 말이 많아졌다. 환자와 원장이 주고받는 대화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간호사 눈매에 흡족한 기색이 묻어 나왔다. 단지 이름을 불러줬을 뿐인데도 서로서로에게 긍정 효과가 감염되는 이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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