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졸업한 막내딸이 썼던 교과서를 폐지 줍는 노인한테 넘기려다가 한 권을 꿍쳤다. 『독서』라고 이름 붙여진 교과서로 깎새 학교 다닐 적엔 없던 과목이다. 들춰 보니 책을 왜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어야 하며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따위 내용이 체계적으로 잘 나열되어 있었다. 교과서가 달리 교과서일까.
애시당초 체계적인 독서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책이라는 걸 읽어도 남는 건 별로 없는, 헛물만 켜다 마는 꼴이 다반사였다. 그러니 읽었다는 흔적이나마 남기겠답시고 이리저리 동원해 보는 방법이란 것들이 중구난방인데다 혹 나무에서 물고기 찾는 멍청한 짓은 아닌지 회의감마저 들면 불감당이다. 그러니 다른 것도 아니고 독서의 본질이랄지 독서하는 방법 따위를 정립하는 데 지침이 되는 교과서를 발견했으니 아니 보고는 못 배기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교과서가 재밌다!
교과서라서 구성이 일단 일목요연하고 야무지다. 이론은 탄탄하고 그 이론을 받쳐 주는 예시문이 또한 알차다. 무엇보다 해당 분야에서 특출난 기량을 뽐내는 전문가들 글을 예시문으로 뽑아다 써서 지적 함량이 대단한 건 물론이거니와 다채롭기가 그지없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학창시절에 교과서를 이리 신나게 읽었더라면 큰일 한번 냈을 텐데.
아무튼지 간에 학교 갈 처지가 못 되어 독학하는 셈이지만 주경야독으로 교과서를 배우고 익히니 공신력 높은 독서력을 습득하는 듯한 묘한 자부심까지 느껴져서 기분이 나쁘지 않다.
학교에 다시 들어가 볼까나. 이런 열정이면 우등상은 따놓은 당상일 텐데. 나이 들어 철 드니 덧없이 흘러간 세월만 한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