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라고요

by 김대일

정치인이 돌려 까기 화법을 자주 쓰다 보니 그들의 주무기인 줄 안다. 돌려 까기가 적절한 비유와 통렬한 풍자로 세련되면 유머로 승격된다. 귀에 쏙쏙 박히는 유머를 구사하는 정치인은 대중들에게 확실하게 각인되기 일쑤다. 대표적인 예가 노회찬 식 유머다. 특히 쉬운 언어로 시니컬하면서도 위트 있게 복잡한 사안을 직관적으로 이해시켰던, 하여 정치 대중 눈높이에서 소통하고자 했던 고인의 능력은 탁월했다.

김어준은 "홍준표와 토론에서 다이다이를 떠서 상대가 될 만한 정치인은 역대급으로 뽑아도 한 손을 채우지 못하지만, 노회찬 의원은 능히 상대가 될 만하다"고 평했다.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꺼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 2004년, KBS 심야토론에서


KTX가 코리안 택시입니까?

- 2012년 총선 당시 허준영 후보의 KTX 노원 연장 공약을 비판하며


정옥임: 야권 연대면 당을 통합하든가 하지 같은 당도 아니면서 왜 하나인 것처럼 행동하죠?

노회찬: '같으면 통합을 해야 하는데 다르기 때문에 연대를 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고요, 우리나라랑 일본이랑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2012년, SBS 시사토론에서


김성태: 정책 보복하지 마세요. 4대강도 이미 20조를 넘게 쓴 사업인데 지금 와서 그걸 철거하고, 물을 빼는 게 잘하는 일입니까?

노회찬: 네.

김성태: 에?

(청중 웃음)

- 2018년 1월 2일, JTBC의 신년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에게​



대한민국 정치판에 곤란한 질문을 직설적이면서 명쾌하게 받아치는 능력이 탁월한 별종 정치가를 발견했다. 이른바 "어쩌라고요" 화법의 창시자인 현직 대통령. 사안을 에두르지 않고 일갈해 버리는 그의 화법은 노회찬 식 유머와는 전혀 다른 속시원함이 있다. 대통령 말이 재밌기는 난생 처음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bu7m5Gf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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