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다 - 후포에서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 하게
동산만 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보다
멀리 동해 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나는 하기 싫은데 남한테 강요하는 건 고약한 짓이라고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는 거다. "너 같으면 하겠니?"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은 나를 구박하는 데서 비롯된다. 나한테 모질게 굴어야 남한테 훨씬 너그러워질 테니까. "너 같으면 하겠니?"란 말은 '남 귀한 줄 알아야 한다'와 통한다. 나보다 남을 더 위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