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사공자라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문하에 식객 다수를 두고 진秦나라에 대항하기 위해 부국강병을 꾀했다는 점이다. 그 중 제나라 맹상군이 실각한 뒤 다시 권좌에 오르자 떠나갔던 빈객들이 슬금슬금 몰려들었다. 이를 본 맹상군이 속내를 털어 놓았다.
“나는 언제나 빈객을 좋아하여 그들을 대접하는 일에 실수가 없도록 노력했었소. 빈객이 3000여 명이나 있었다는 것은 선생께서도 잘 알 것이오. 그러나 빈객들은 내가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보자, 하루아침에 나를 버리고 떠나가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없었소. 이제 선생의 힘으로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다른 빈객들은 또 무슨 낯으로 나를 볼 수 있겠소. 만약 다시 나를 만나려고 하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그 얼굴에 침을 뱉어서 크게 욕보일 것이오.” (『사기열전 상』, 사마천 저, 김원중 역, 민음사, 2020 에서)
맹상군 말을 듣고 있던 풍환이 정중히 충고했다.
“살아있는 자가 반드시 죽는 것처럼 존귀하면 사람이 모이고, 빈천하면 벗이 떠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혹시 아침 일찍 시장으로 가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없습니까? 새벽에는 어깨를 맞대면서 앞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휘저으면서 시장은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그들이 아침을 좋아하고 날이 저무는 것을 싫어해서가 아닙니다. 날이 저물면 원했던 물건이 시장 안에 없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지위를 잃자 빈객들이 모두 떠나가 버렸다고 선비들을 원망하여, 일부러 빈객들이 오는 것을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빈객들을 대우하십시오. (위의 책)
염량세태炎涼世態라는 말을 그대로 풀이하면 '뜨거웠다가 차가워지는 세태'로, 세력이 있을 때는 달라붙고 권세가 없어지면 등을 돌리는 세상 인심을 말한다. 이기적이고 간사하기 짝이 없는 인간 추태와 그런 인간들이 그려내는 매정한 세태를 개탄해하는 게 일반적인 다음 수순이다.
하지만 풍환이라는 자는 전혀 딴판으로 현상을 분석한다. 세상 이치란 다 그런 것이다. 거기에다 대고 원망하고 절망이나 하는 감정 소모는 불필요하니 제발 자제하시라. 인간 속성이 냄비 근성이라고 차라리 속 편하게 인정해 버리자. 그러면 감정 기복 없이 마음은 훨씬 평온하고 고요해질 테다. 그리 마음을 다스릴 줄만 안다면 이른바 안목이 생길 것이요, 안목을 기르면 본질을 분별함은 물론 꿰뚫어볼 수도 있다. 이를 통찰력이라고 한다.
그러니 제발 사사롭게 분개하지 말고 냉철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