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 5시 30분쯤, 갑자기 낯선 돈이 입금되었다는 문자가 거래 은행 메신저로 들어왔다. 20,207원. 당연히 입금자는 금시초문이었다. 불현듯 '통장 묶기'라는 신종 사기 수법을 다룬 뉴스 한 장면이 거의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입금자를 키워드로 해 과거 거래 내역을 훑어 봤다. 현금 대신 계좌 이체로 요금 지불을 원하는 손님 편의를 위해 공개한 계좌번호라서. 아니나다를까 점방을 정기적으로 찾아 커트와 염색을 한 뒤 꼭 계좌이체로 지불하는 단골이었다.
그럼에도 찝찝했다. 새벽 댓바람부터 20,207원이라는 아리송한 금액을 입금한 것이 수상했고 상대가 연락이 와서 실수였으니 도로 돌려 달라고 했을 때 선뜻 송금하는 게 법적으로 알맞은 처사인지도 미심쩍었다. 20,207원을 받았다 돌려 보내는 과정에서 불법의 때가 묻지 않았다고 누가 장담할 것인가. '그럴 리 없다'는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설마가 사람 잡는 꼴을 수태 봐 왔으니까.
찝찝함이 영 가시질 않아 은행 영업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24시간 대기 중이라는 은행 분실신고 센터로 연락했다. 오전 7시 즈음. 자초지종을 듣고 일정한 절차를 거친 상담원이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그러고는 관련 업무가 아니라서 번거롭더라도 은행 영업 시간에 고객센터로 연락해 자신과 관련없는 돈임을 재차 설명하고 반환 의사를 밝히라고 안내했다. 은행이 중재해 반환 절차를 밟아줄 텐데 마침 입금 은행과 송금 은행이 같아서 절차는 그리 복잡하지 않을 거라 안심까지 시켜줬다.
오전 9시 정각. 은행 고객센터로 연락해 반환 의사를 밝혔다. 은행은 이쪽과 저쪽의 반환 업무 중재를 맡는다고 했다. 은행은 먼저 잘못 보낸 이에게 연락을 해 반환 요청 의사를 확인받은 뒤 입금받은 이한테 그 요청을 전달해 반환 절차를 밟는다. 만약 입금 받은 이가 자기 이름과 연락처 따위 개인정보 공개를 수락하면 잘못 보낸 이가 직접 연락을 해 의사를 타진할 수도 있댔지만 단박에 거절했다. 얼굴 보면 누군지 대번에 알아차릴 단골 손님이긴 하나 늦은밤도 아닌 신새벽에 실수를 해대는 정신머리 없는 위인과는 통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을 뿐더러 설령 통화한다손 찝찝함이 가시기는커녕 되레 더 커져 기분이 더 엉망이 될 성싶어 염려스러워서.
은행 기별은 아직 없었다. 낯선 돈 20,207원이 잠자고 있는 계좌야 분명 제 명의임에도 남 손 탄 듯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