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엇이 중한디

by 김대일

상쾌하게 출근했는데 점방 앞에 너저분하게 개똥이 널려 있다. 기분을 잡쳐 금세 안색이 변한다. 마수걸이 손님인 줄 알고 반갑게 맞았더니 아침 댓바람부터 적선 좀 하라고 동냥질하는 걸인이었다. 나가는 뒤통수에다 대고 굵은소금을 뿌려댔다. 이전에는 안 보이던 성마른 과격성인데 일진 사나운 것보다는 낫다고 자위한다.

장사치 마음이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날 장사에 혹시 동티가 날까 두려운 장사치의 필사적인 자구책이랄까. 허나 그럴싸하게 포장을 하지만 점점 강퍅해지는 기질을 저만 모르고 다른 사람은 다 안다.

마감시간 임박해 손님이 몰렸다. 커트 손님이면 후딱 해치우겠는데 개중 염색도 겸할 손님이 눈에 띄어 갑자기 용심이 났다. 염색 손님인 줄 뻔히 알면서도 일부러 묻는다.

"손님, 염색하실 거예요?"

그 말이 허공에 번지자마자 알아챘다. 날이 시퍼렇게 선 비수처럼 손님 가슴에 콱 박히는 말투임을. 왜 마감시간 다 되어서 염색하려고 들어왔냐는 건 깎새 사정이지 손님 탓이 아니다. 그런데도 말투는 일방적이었고 공격적이었다. 어이없어 하는 손님은 항의했다.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말본새가 그게 뭐냐고. 불 난 집에 기름 끼얹듯 대기석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른 손님이 옳거니, 한 마디 보탰다.

"사장양반 말투가 좀 그렇드만. 딱딱하고 사납게 몰아붙이는 게."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댔는데 대거리 손님보다 옆에서 거든 손님 악평이 더 뼈아팠다. 하여 완전히 넉다운이 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사과했지만 목소리는 기어들어갔고 분이 안 풀린 손님은 한참을 악다구니하다 나가 버렸다.

언제부터인가 성에 안 차면 말투며 하는 짓짓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야멸차졌다. 모순도 여간 모순이 아닌 게 장사치 마음 운운하면서 마감시간 다 되어 찾아오는 손님한테는 얄미울 정도로 쌀쌀맞게 군다. 정해진 마감시간에서 단 일 분 일 초라도 초과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달 이전에도 몇 번 벌어졌었다. 정나미 떨어지는 말투로 빌미 제공한 것도 깎새고 이후 결론도 거의 똑같았다. 후두둑 손님이 안 떨어지고 매상 유지하는 것만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평판 나빠져 매상이 가파른 내리막길에 브레이크 고장 난 차와 다름없어질 건 불 보듯 뻔하다. 정말 심각한 건 같은 사달을 번번이 일으키면 후회는 해도 개선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감시간 좀 늦춰진다고 집에 못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손님 몰리면 매상 늘어 좋은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성마른지, 장사치로 뼈 묻겠다고 장담했으면 꼿꼿한 배알하고는 거리 멀게 구는 게 장사치 정석인데도 도대체 무슨 다른 꿍꿍이가 도사려 있길래 허튼수작이 어찌 그리도 방자한가. 아, 너란 인간의 기준은 무엇이고 도대체 무엇이 중한디.

작가의 이전글눈 내리면 만나요 부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