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국어시험 대비 모드로 읽어보자. 1연과 3연은 '눈은 살아 있다'라는 반복 시구로 2연과 4연은 '기침을 하자'라는 반복 시구로 해서 대응한다. 그럼 눈이란 무엇인가. 눈은 순수한, 정의로운,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하고, 가래라는 불순하고 속물적이며 비겁한 이른바 소시민성을 극복하려는 현실 인식고 성찰의 상징으로써 기침이란 시어가 적절하다. 하여 이 시는 순수시이면서 참여시가 된다.
국어시험 준비는 이만하면 됐고, 하얗게 쌓인 눈에다가 가래를 뱉어 본 적이 있는가. 강원도 원통에서 군생활하던 무렵, 제설작업하느라 새벽부터 비지땀을 흘리고 나서 한쪽으로 걷은 눈 무덤에다 대고 끽연으로 인해 가르랑거리는 가래침을 캭 뱉으면, 오늘 작업은 대충 끝났다는 안도감에다 강원도 오지까지 와서 뭐하는 짓인가 하는 심한 회의감, 이른바 현타가 동시에 드는 것이었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군바리 순진한 속성과 현실적인 고뇌, 고상하게 표현하면 실존주의적 회의감이 한데 섞여 있었으니 그 또한 순수시이면서 참여시로 읽힐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