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을 스캘퍼라고 밝힌 손님은 두서너 달에 한 번 머리를 깎는다. 점방 올 적마다 장발로 와서 다음부터는 추가 요금을 받을 거라고 직전에 잔소리를 해댔더니만 엊그제 와서는 알아서 만 원짜리 지폐 한 장 건넸다. 우수리는 됐고 죄송했다면서 고개부터 넙죽 숙이니 아주 염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구나 싶었다.
외상으로 주식을 사는 미수거래까지 동원해 하루에 열 종목 남짓 주식을 초단타로 매매하는 손님은 젊지 않았다. 주식 중독에 빠지자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웠다. 똘똘한 아파트 한 채 값을 날리자 배우자한테 이혼을 당한 것도 모자라 전화번호까지 바뀐 자식들과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 깎새 점방이 있는 동네 원룸을 빌려 온종일 스캘핑에 혈안이다. 그렇게 해서 번 돈으로 원룸 월세 내고 생활비도 번다고 했다.
몸에 밴 쩐내가 모니터 두 대에 얼굴 처박고 집중하는 늙은 남자의 고심을 짐작하고도 남음이지만 의외로 그는 술이 웬수라고 하소연했다.
- 담배도 담배지만 술을 워낙 좋아해서리. 아침 거르고 점심은 시황 쫓느라 컵라면으로 때우니 저녁만 온전히 먹는 택인데 술까지 먹으면 곤란한데도···
아직은 실력이 달려 소소하게 버는 축이지만 언젠가 확 풀리면 그간 잃었던 거 한 큐에 만회하고 떳떳하게 딸내미들 보러 갈 거라는 포부를 밝히는 스캘퍼가 스스로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양 명토를 박았다.
- 주식은 대박이니까요!
코스피 5,000 시대로 접어든 마당에 전혀 허무맹랑해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른바 '돌진하는 황소'를 찾아 헤매는 게 합당한 처신인지는 판단이 안 섰다. 이것 하나만 풀면 뒤엉킨 실타래를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혹시 착각일는지 모른다는 의심이 어쩌면 인생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