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42)

by 김대일

버티는 삶

박상우


사막과

황무지와

무인도로 이루어진

나의 세계


갈증을 견디기 위해서는

한 잔의 물만,

허기를 견디기 위해서는

한 움큼의 먹이만

있으면 되고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서는

인간은 본디 섬이라고

믿으면 되느니,


그런 삶도

그럭저럭 버틸 만하다

햇빛이 닿지 않는 심해深海에 빠져

염통과 뇌가 터질 듯 말 듯해도

(학군단 후보생 시절로부터 만기 전역하기까지 근 5년에 걸친 군생활 중에 가장 듣기 싫었던 명령이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였다. 자기최면을 걸라는 소리로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한 마디로 "버텨라!"였다. 국방의 의무를 져라기에 끌려나와 북쪽을 향해 총 들고 서 있었지만 사서 고생을 왜 해야 하는지 끝내 스스로에게 이해시킬 수가 없어서 그 명령이 너무나도 공허했음에도 어쨌든 끝까지 버티긴 했다.

근데 인생 참 오묘하다. 그렇게 학군 후보생 시절로부터 만기 전역하기까지 버티는 데는 이력이 났더니만 이후로는 웬만해선 잘 허물어지질 않아. 일종의 예방주사를 맞았던 셈이지.

올 겨울은 유난히 버겁다. 코스피는 5,000을 뚫었고 연간 수출액으로는 일본을 추월했다지만 물가는 천정을 뚫을 지경이고 소상공인 경기는 꽁꽁 얼어붙었다. 깎새도 예외는 아닌지라 작년 이맘때 비해 매상이 30% 이상 줄어든 탓에 차포 떼고 나면 남는 게 없으니 장사 재미가 별로 없다. 그래도 버텨 볼 작정이다. 그보다 더한 풍파도 겪었었는데 이까짓 매상 줄었다고 무너지면 쪽팔리잖아. 참 오랜만에 읊조려 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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