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허무를 느낄 나이가 되었다.
어렵사리 부지하고 있는 생기마저 그 허무란 놈이 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 빨아먹는 바람에 갈수록 메말라져 간다.
쉽사리 떨쳐내지 못하는 그 허무 때문에, 아니 허무가 허무한 대로 놀게 냅두고 딴청을 피우면서 허무를 잊어버리고자 부단하게, 또 히스테리컬하게 다른 것에 집착한다. 이를테면 돈, 명예, 가상공간, 멍청한 인간 중에는 스스로를 갉아먹는 마약 따위로.
푼돈이나 버는 깎새 꼬락서니로는 돈이니 명예 따위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고, 중독은 적성에 영 안 맞는다. 허무를 왕따시키려고 나름대로 애를 쓰는 중이지만 방법이 마땅찮아 걱정이다. 이대로 원기가 다 빨리면 곤란하니 뭐든 몸부림이라도 쳐야겠기에 그나마 요량 부려볼 만해서 고른 게 글쓰기였다.
그렇지만 글이라고 끼적거리는 짓에 집착하기는 해도 늘지 않아 재미가 반감됐다. 원래부터 달리는 필력이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진도가 영 신통찮은 까닭 중에는 무엇을 써야 할지가 늘 난제인 것도 비중이 크다. 그 무엇이란 경험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놀음 말고 누구나 공감할 그 무엇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 사람이 필수 요소다. 그 사람 중에 특히 친구!
누구라고 딱히 정의내릴 수 없는 그 친구란 존재가 솔직히 요즘 그립다. 각자 인생에 사무치는 허무를 덜어줄 순 없겠으나 공감해줄 수 있는 친구. 마치 비 오는 날 우산을 접고 함께 비를 맞듯.
올 설 연휴에는 그 누가 됐건 친구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