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로운 봄볕을 쬐는 오후 나절 졸음에 겨운 나른한 기분을 정말 좋아한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아늑해하다 그만 오수의 유혹에 넘어가 버린다 한들 무슨 대수랴. 그렇게 이완된 채로 그 순간을 즐기는 여유란 다가올 봄이 건네는 큰 축복이리라. 봄이라서 나른해지고 나른해야 봄다운 법이다. 힘겨운 겨울나기를 거듭할수록 나이는 못 속인다는 진리를 절감하게 되는 허약한 몸뚱아리인지라 원기 회복을 위해서라도 아직 채비도 못했을 봄만 채근할 따름이라.
불현듯 김광석 노래가 떠오른다. <나른한 오후>. 노래에 얽힌 에피소드가 재밌다. 손발 까딱하기 싫은 나른한 오후, 방에 드러누워 있었는데 파리 한 마리가 날다가 왼쪽 볼에 앉았다. 손발 까딱하기 싫어서 입을 빼뚜름하게 해서 훅! 하고 바람을 불어서 쫓았다.
그 파리가 도망가지 않고 이번에는 오른쪽 볼에 앉네. 손발 까딱하기 싫어서 입을 또 빼뚜름하게 해서는 훅! 하고 바람을 불어 쫓아냈다.
끈질긴 그 파리 이번에는 코 밑에 앉더란다. 손발 까딱하기 싫어서 아랫입술을 내밀어 훅! 하고 바람을 불었더니 파리가 콧구멍 속으로 쑥 들어왔다나. 손발 까딱하기 싫더란다. 그래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크읍, 캬약, 퉤! 했다고.
손발 까딱하기 싫을 만치 나른한 오후를 그린 노래치고는 서글픔이 더하지만, 어쨌든 따사로운 봄볕을 받아 졸음에 겨워하는 오후가 어서 빨리 와주기를 바랄 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fIskp0Pj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