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변경

by 김대일

명절 연휴 내내 고심의 고심을 거듭한 끝에 다음달부터 커트 요금을 1천 원 올리기로 했다. 2022년 3월 개업한 이래 4년 만에 요금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다. 그간 월세 올랐고 염색약을 위시한 비품 물가까지 올랐다는 점을 대의명분으로 내걸겠지만 그것들이 결정적인 인상 요인은 아니다.

다른 걸 차치하고 차포 떼고 남는 것이 없으니 장사하는 재미가 반감되었다는 점이 요금 인상의 숨은,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이겠다. 5천 원짜리 커트라고 안 남지는 않는다. 4년 애쓴 보람이 커 단골 고객층이 두꺼운 편이다. 그들로부터 창출되는 수입으로 많지는 않으나 생활비조로 마누라 통장에 매달 꽂아 주고도 월세, 비품 드는 데 어려움이 솔직히 없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다. 이것저것 다 떼고 났더니 깎새 몫이 별로 없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데 정작 본인 호주머니가 헐빈하니 매사가 시르죽어 장사하는 재미를 못 느끼는 형국이라. 이윤 추구를 통해 자본을 증식시키는 게 자본주의이고 그 경제 체제 속에서 죽으나 사나 삐대고 살아야 할 처지라면 뭐라도 남는 구석이 있어야 겨우 부지할 수 있는데 말이다. 그간 겨우 여투었던 쌈짓돈마저 바닥을 드러내고 보니 돌발적인 지출에 대비한, 이를테면 부쩍 잦아진 조의금이랄지 보일러나 전기 시설물 따위 예상치 못한 수리 비용 발생을 대비한 비상금 마련이 사실상 어렵다. 쥐좆만한 생활비 보탰다고 마누라한테 일일이 손 내미는 짓도 가오 빠지고.

하여 부득불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계산은 간단하다. 커트 손님을 매달 400명쯤으로 보면 지금보다 40만 원 수입이 더 늘어 숨통이 한결 트일 테다.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머릿속 계산만으로 다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이다. 매달 400명이라 상정했지만 그 인원이 오롯이 요금 인상에 동의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지하철 무임승차가 가능한 노인들 입장에서는 요금을 올린 깎새네 점방 출입보다 지하철 4코스 거리인 서면 부전시장 부근에 득시글거리는 요금 5천 원짜리 커트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계기를 마련해 줄지도 모른다. 1천 원 차이가 크다고 여기는 노인들이 없다고는 장담 못하니. 그렇게 이탈할 손님을 20%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요금은 인상해야겠다. 장사하는 재미를 느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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