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큰딸 대학 졸업식이었다. 점방을 김군에게 잠깐 맡기고 달려갔다. 회사 업무가 산더미인 마누라가 불참한 대신 막내딸이 언니 곁을 지켜 교정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원없이 사진을 찍어댔다. 학사모와 학사가운을 정갈하게 쓰고 입은 큰딸이 아비도 전혀 낯설지 않은 교정에서 대학 졸업 성취를 기념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31년 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학사모를 쓰고 같은 학사가운을 입었었던 아비는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다. 학력고사 세대였던 아비는 그 표현이 전혀 지나치지 않을, 대학 입학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천금보다 귀한 청춘기를 오롯이 바쳤음에도 정작 대학생이 되고나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허랑방탕으로 일관하다 떠밀리듯 졸업에 이르고 말았다. 편입이라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 그 대학교에 들어간 큰딸은 아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처절하게 몸부림쳤다. 그 몸부림이란 타 대학 출신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자 졸업 후 지방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었을 게다. 가혹하리만치 스스로를 닦아세워 학과 관련한 대내외 활동에 몰입했고 수석 졸업이라는 영예를 안은 건 그간 노력한 대가치곤 오히려 소소하다.
그런 큰딸이 졸업 후에도 학문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대학원을 진학한 궁극적인 의도는 녀석 속을 들어가 보질 못하니 알 리 없다. 그저 당분간 같은 학교 같은 건물을 드나들면서 학문에 정진한다는 것만 드러난 사실이다. 초등학생마냥 자그마한 체구지만 깡다구만은 역발산기개세 항우 못지않은 큰딸이 지금까지 잘해왔으니 앞으로는 더 잘하리라는 희망은 확신에 가깝다. 이른 봄기운이 설핏설핏 감도는 금정산 아래 교정에서 누구보다 밝은 표정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큰딸이 그래서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