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45)

by 김대일

봄밤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 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는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나의 영감靈感이여



(오지도 않은 봄이 너무 일찍 간다고 아쉬워 말자. 인생도 봄처럼 속절없다고 또한 슬퍼 말자. 어제의 하루는 그저 오늘의 하루에 불과하고 오늘의 하루는 내일의 하루에 불과하다고 여기자. 그러니 두려워 말자.

신형철은 말했다. 시간과 관련해서는 이런 일을 해야 하리라.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들이 변해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변하지 않으면 좋을 것들이 변하지 않도록 지켜내고, 변해야 마땅한데 변하지 않고 있는 것들이 변할 수 있도록 다그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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