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리의 향연

by 김대일

유도리는 일본어 일본어 '유토리ゆとり'에서 유래되었다. 시간, 공간, 금전, 체력적 여유를 의미하는데 융통성, 여유, 이해심으로 바꿔야 할 잘못된 표현이긴 하다. 그 유도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형편이나 경우에 따라서 여유를 가지고 신축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고려대 한국어대사전)이라 정의내린다.

아무튼 장사치 거개가 그러할 테지만 콕 찍어 깎새에게 그때그때 형편이나 경우에 따라 여유를 가지고 신축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유도리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손님 머리를 깎으면서 한 번이면 족한데도 두 번 세 번 머리를 매만진다거나 요금을 에누리하는 선심. 허나 오천 원짜리 요금에서 에누리까지 유도리를 발휘하면 남는 게 별로 없으니 맵시가 나게 머리나 더 매만지면 족하다.

그럼, 손님 입장에서 유도리란 무엇일까. 이른바 TIP이라 불리는 행하를 얹어 주는 행위로 드러난다. 제 머리를 잘 봐줘서 고맙다는 표시로 요금에 더 얹어 주거나 거스름돈을 아예 안 받는 식으로.

며칠 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유도리의 향연이 펼쳐졌었다. 커트와 염색을 함께 주문한 마수걸이 손님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말벗이 되어 준 깎새한테 감사의 표시로 요금에다 몇 천 원 더 얹어주는 뜻밖의 행운을 선사했다. 수북하게 뒤덮인 데다 철사가 엉킨 듯 억세기까지 한 머리숱을 얹고 사는 청년은 만만찮은 제 머리털을 깎아 준 깎새가 안쓰러워 들를 적마다 5천 원 요금에 3천 원을 더 얹어 주곤 하지만 그날따라 만 원짜리 지폐를 내고는 거스름돈을 아예 안 받아가는 기특함을 시전했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그날은 특히 신경을 무지 쓴 건 맞지만 신경 쓰고 싶어서 신경 쓴 건 아니었다. 머리 깎을 때를 한참 놓친 바람에 평소보다 더 촘촘하게 수북해진 머리털 다루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어서 낑낑댄 건데 그걸 손님이 고맙게도 착각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렇게 유도리가 또 쌓였다.

이후로 손님 서너 명이 더 요금에 팁을 얹어주거나 거스름돈을 안 받아간 덕에 그날 매상에 근 2할을 유도리로 채우게 되었으니 유도리의 향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장사를 하다 보면 그런 날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폐지 몰아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