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는 데카르트 말이 알쏭달쏭하기는 여전해도 같은 책에서 그가 말한 다음 내용은 어렴풋하게나마 알아듣겠더라. 최근 접했던 에픽테토스 할배 말과 일견 통하는 구석이 있어서인지.
내 세 번째 격률은 언제나 운명보다 나 자신을 이기며, 세계의 질서를 변화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내 욕망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또 일반적으로 우리가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우리의 생각밖에 없으며, 따라서 우리의 외부에 있는 것들에 관해서 우리가 우리의 최선을 다한 후에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 모든 일은 우리에게 있어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믿는 습관을 붙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가 실제로 얻을 수 없는 것을 미래에 있어서 조금도 바라지 않게 하고,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만족할 수 있게 하는 데는 이 격률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데카르트, 『방법서설』, 제3부, 최명관 역, 서광사, 1983)
에픽테토스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 즉 판단, 의욕, 욕망, 혐오처럼 우리(마음)의 움직임에 의한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에 속하지만, 육체나 재산, 타인으로부터의 평판, 지위 등 우리의 움직임에 의하지 않은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은 원래 자유롭고 방해받지 않으며, 타인에게 간섭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은 취약하고 예속적이며 방해받고, 자신의 것이 아니다.(「엥케이리디온」 1장에서)
에픽테토스나 데카르트 공히 힘에 부치는 것에 매달리지 말라는 소리지 싶다. 내 깜냥이 아니다 싶음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신상에 이롭고 그게 진정한 능력일지 모른다는 소리를 저토록 철학적으로 뇌까리는 것이다. 아, 언제쯤 저들처럼 고상하게 씨부릴 수 있을까. 이 또한 못 오를 경지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