뻗치는 머리를 커트하기는 까다롭다. 그걸 높이 짧게 깎아서 맵시 나게 다듬는 건 더 까다롭고. 그렇게 해달랬다 손님이. 흔히 장교머리라고 불리는 높은 상고로 열심히 깎아댔다. 가이드라인이라고 부르는 뒤통수 커트선은 통상 U자를 그린다. 옆머리 높이에 따라서 그 U자는 오르락내리락한다.
무난하게 깎는 중이었다. 뒤통수 숱이 무성해서 신나게 솎아 내고 있는데 갑자기 점방 공기가 싸했다. 너무 올려 깎는 거 아니냐는 손님 목소리에서 여과되지 않은 짜증이 묻어 나왔다. 적정선을 지켜 지극히 정상적으로 깎고 있던 깎새는 불의의 한 방을 얻어맞은 듯 일시적으로 멍했다. 낯이 설어 첫 방문 손님인 줄은 알았지만 제 머리 맡긴 깎새를 못 미더워하는 행태가 적잖이 같잖아서 "적당하게 깎는 중인데요" 퉁명스레 응답함으로써 이쪽에서 먼저 단절의 차단막을 치려 시도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거울 속에 비친 손님 심기는 더 불편해질밖에.
이런 유형의 손님은 특징이 있다. 앞에서 점잖은 척해도 제 눈 밖에 난 이상 재방문은 없다. 그럼 이쪽은 이쪽대로 안 보면 그만이지 싶지만 매번 이런 식이면 남아날 손님이 없겠다 싶었던 깎새. 사람 상대하는 장사치가 손님을 자꾸 가리면 곤란을 자처하는 꼴이니 앵도라진 손님 회심할 방도나 얼른 찾아 보자며 대갈빡을 엄청 굴렸더랬다. 깎새 못지않게 손님이 느끼는 깎새 첫인상도 별로일 게 분명할 터. 그걸 호감으로 반전시키자면 이발로 승부할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뻗치는 머리를 다 깎고 나서 한번에 'OK!'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자란 부분을 깎고 나면 각이 지는 바람에 두루뭉술하게 다시 고쳐 달라는 A/S를 안 들으면 오히려 서운하다. 일주일 뒤 머리카락이 자라 또 삐져나올갑세 커트할 때만이라도 그 염병할 뻗침을 모조리 잡고 싶은 심정이야 아는 사람만 아는 뻗치는 머리를 가진 자의 애환이니까.
작업을 다 마쳤을 무렵 머리카락 털이개부터 들지 않고 가위를 다시 든 깎새가 손님 머리를 빙 둘러가며 일정 각도를 유지하며 옆가위질을 해댔다.
"선생님 머리 스타일을 가진 손님들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합니다. 암만 잘 깎아도 튀어나온 것 같고, 그게 그렇게 또 스트레스라더군요. 삐죽삐죽 튀어나와 지저분한 부분은 옆가위질로 대충 정리했습니다."
"아, 예. 원래 가던 데가 있는데, 제 스타일을 잘 모르셔서 뒷머리를 높이 깎는 줄 알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뒷머리를 정리하느라 빗놀림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어 그렇지 가이드라인을 올리지는 않았어요. (뒷거울을 들어 뒤통수를 보여주며)한번 보세요."
"아, 그렇네요."
"다음에 오시더라도 마음에 안 드시면 주저없이 말씀하세요. 이왕 걸음하셨는데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깎아드려야 되지 않겠어요? 다른 손님이 대기하고 있으면 좀 곤란하지만 오늘처럼 널널하면야 무슨 짓이든 못하겠습니까?"
이후로 둘 사이 공기가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 양반 단골이 될 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