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48)

by 김대일

선사禪師의 설법說法

한용운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끊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 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이운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大解脫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할까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드렸습니다



(고통당하느니 그 사랑의 줄을 끊는 게 낫지마는 화자는 오히려 사랑하는 줄을 곱들이면서 사랑을 더 공고히 하겠다고 천명한다. 이로써 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다면서 말이다. 모순형용의 절정 아닌가!

만해 시를 읽을 적마다 두근거린다. 구도자적 선시를 내세우건 조국의 독립을 은유적으로 암시하건 알 바 아니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사랑의 언사로써는 이보다 더 절절한 연애시가 이 세상에 과연 또 있을지 회의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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