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문태준
오늘은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말이 있어
길을 가다 우연히 갈대숲 사이 개개비의 둥지를 보았네
그대여, 나의 못다 한 말은
이 외곽의 둥지처럼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으리
둥지에는 두어 개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이 있으리
나의 가슴을 열어젖히면
당신에게 미루어놓은 나의 말은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올 듯
작디작은 심장으로 뛰고 있으리
(가슴에 묻어둔 채 끙끙 앓는 말 못하는 이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천둥과 바람과 눈보라를 홀로 맞고 있을 갈대숲 사이 개개비 둥지와 같을까. 만약 그 미루어놓은 말을 마침내 꺼냈다면 그 순간의 심정은 과연 또 어떨까. 그 개개비 둥지 속 부드럽고 말갛고 따뜻한 새알에서 막 껍질을 깨치고 나오듯 신비롭고 후련할까.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묻어두긴 하지만 언젠가 기어이 고백하는 사람의 심정을 시인은 섬세한 풍경화를 그려내듯 써내려갔다.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