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찾아든 벅찬 성과에 매몰되지 않을 자신이 당신한테 있는가. 분에 넘치는 결과물에 눈이 돌아간 나머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눈앞의 성공을 그저 우연한 행운으로 치부하는 자의 품격은 차라리 명랑하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적당선을 즐겁게 지키며 영위해나가는 삶은 이 얼마나 솔직하고 유쾌한가. 구김살없는 낙천주의를 지향하는 이라면 장항준 감독이 어쩌면 좌표가 되어줄지 모를 일이다.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밝힌 거장巨匠보다는 소장小匠이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에 확신을 얻었다.
- 주변 시선이 부담스러워요. 저는 뭐 어쩌다 잘된 건데 이걸 뭐 이어가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다른 감독들이 그러는 걸 꽤 많이 봤어요. 다음 작품이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강박과 두려움. 당연히 망하면 안 되죠. 대신 손익분기점을 쪼금이라도 넘기는 영화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투자자와 나를 믿어준 배우, 스텝들의 선택이 맞았다는 걸 알려주고 싶은 그 정도.
- (봉준호나 임권택 같은 거장 감독들과 비교되는 게 별로 즐겁지 않겠다는 손석희 질문에) 그럼요. 저는 소장이 좋습니다. 굳이 거장으로 해서, 굳이 거룩하게 되고, 뭐 도덕책에 나올 건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제가 행복한 게 중요하죠. 남의 시선들, 이렇게 이미지가 되어 가고, 막 국민적 뽀로로가 되는 것도 원치 않고. 그냥 뭐랄까요, 빨리 잊혀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저한테 기대를 안 가졌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