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추운 동네

by 김대일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주말이었다. 그 봄기운에 흥뚱항뚱 홀려 봄놀이를 다들 떠났는지 주말이었는데도 점방은 무척 한산했다. 손님 뜸한 북향 점방은 손님이 뜸하면 한낮에도 을씨년스럽다. 그래서일까, 깎새는 몹시 추웠다. 집 구할 때 곧 죽어도 남향을 찾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볕이 좋아 바깥은 생기 충만인데 한 가닥 빛조차 궁색한 북향 점방에선 수증기 몰고 달려드는 장마철이 되어야 걸친 겉옷을 온전히 벗을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았다는 손님은 꼭 북향이래서 추운 게 아니고 동네가 원래 춥다고 해서 추위를 오래 타는 깎새가 엄살을 부리는 게 아님을 증명해줬다. 깎새 점방이 위치한 냉정, 개금 일대는 백양산 등 높은 산지에 둘러싸여 있어 지대가 높은 편이다. 높은 산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가 골짜기를 통해 들어오면서 바람이 더욱 강해져 이른바 칼바람이 불곤 한다. 게다가 고층 건물들 사이를 찬 골바람이 통과하면서 높은 습도와 결합해 실제 온도보다 훨씬 강한 추위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말로만 듣던 건물풍이었던 것이다. 손님은 개금 전철역 부근을 콕 찍어 특히 지목했는데 수십 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서고부터는 찬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부는지라 다른 데보다 1~2도는 더 추워졌다고 했다. 깎새가 가끔 거길 지나다니다 보면 바람도 바람이거니와 유독 심한 한기를 체감하긴 했다.

세상에 만만한 일 없고 만만한 장사 역시 없다. 만만치 않은 동네에서 만만치 않은 장사를 이어가야 하는 깎새라 새삼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어쩔 수 없이 햇볕이 원없이 내리쬐는 맞은편 남향 미장원으로 향한다. 찬란하게 비치는 태양빛에 고스란히 노출된 그 온실 속에서 고상하게 손님 머리를 매만지는 여자 원장까지는 아니 봤어야 했는데. 그만 속에서 천불이 나 눈앞에 없는 건물주를 원망하기에 이르렀다. 월세에서 아니 들어오는 햇볕값은 빼야 상도의가 아니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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