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by 김대일

지난밤 악몽으로 새벽잠을 설쳤다. 희한한 건 꿈을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그 악몽이 끊김없이 계속 이어지더라는 것이다. 깼다 잠들고 깼다 잠들기를 여러 번,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사건이 보태지면서도 그 졸가리는 여전히 이어지는, 단막극으로 끝나야 할 꿈이 주말연속극으로 그 끝이 안 보이더라 이 말이다.

지금이 꿈인지 현실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비몽사몽을 지배하자 장자 호접몽은 악몽 버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예전에도 비슷한 꿈을 꾼 적 있다. 상황도 비슷하고 등장하는 인물도 비슷했다. 사람 좋은 줄만 알았지 빚에 쪼들리는 줄은 전혀 모른 채 돈을 빌려준 지인들한테 이자를 지급해야 할 기일이 코앞인데도 돌려막기에만 급급하다 기어이 펑크가 나 막다른 골목에 몰린 순간, 다행히 꿈을 깨곤 했다. 하지만 지난밤 꿈엔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는데도 불현듯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꿈 속의 자신한테, 아니면 잠결의 자신한테 끊임없이 절규를 해보지만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발, 제발 꿈이길 바라면서도 행여 꿈이 아니고 해결이 유예된 현실일는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몸과 마음은 심하게 경직되었고 마침내 가위에 눌리고 말았다.

20여 년 전 사채까지 끌어다 빚으로 빚을 갚던 바닥 인생이 있었다. 뒤웅박 팔자는 면했지만 그 후과는 여전히 남아 악몽으로 발현되어 깎새 일상을 들쑤시곤 하는 것이다. 혹자는 우여곡절로 점철된 과거일지라도 시행착오에서 한 줄기 빛 같은 각오覺悟을 건져냈다면 손해보는 장사만은 아니잖냐는 위로를 건네지만, 야금야금 갉아먹다 기어이 영혼을 탕진시켜 버릴 과거지사는 할 수만 있다면 덜어내고 싶은 수치와 오욕의 역사다. 이토록 꿈과 현실 경계가 모호한 악몽으로 진화한 걸 보면 훨씬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하여 잊는다고 잊혀질 과거가 절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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