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쓴 게 바야흐로 봄인 줄 알겠다. 제대로 된 점심 한 끼를 동경케 하는 봄엔 그저 집에서 싸온 국물에 밥 말아 김치 얹어 먹는 것으로 입에 풀칠하는 시늉만 한다. 남편 즐겨 먹는 갓김치를 늘 대령해 놓지만 봄엔 뭐니 뭐니 해도 봄동이다.
봄동은 노지露地에서 겨울을 보내어 봄에 수확하는 배추이다. 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일품이다. 겨울 추위를 이기느라 힘살 백이고 가슴에 멍이 든 배추가 겨우내 달아난 입맛을 돋우게 하니 식도락의 잔인함이란. 그럼에도 봄이면 어김없이 봄동 봄동 보채는 것이다.
봄똥
김영산
어머니 겨우내
떨며 생솔가지 배던 조선낫으로
그늘진 텃밭 지푸라기 쓸고 눈을 털면
힘살 백인 배추싹들 가슴 멍들도록 살아서
너, 견디기 힘든 시절을 뿌리째 끙끙 앓고 있구나
'힘살 백인 배추싹들 가슴 멍들도록 살아서'라는 구절이 눈에 밟혀 아리지만 얼른 봄동겉절이 담궈 달라고 마누라 채근해 봐야겠다. 입맛이 돌아야 일도 잘 돌아간다 얼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