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by 김대일

정치 비평 유튜브 채널 두어 개를 즐겨 보는 터라 종이신문 정치 비평 칼럼은 일단 제끼고 본다. 하지만 집구석 엉망진창인 대한민국 제1야당의 운명은 이대로 정당 해산으로 이어질지 말지를 예측하는 칼럼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관심이 워낙 지대한 터라.

한겨레신문에 기명으로 칼럼을 연재하는 신진욱 사회학과 교수(중앙대)는 극단화된 제1야당의 정당 해산에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그 이유로 정당은 민주주의의 핵심인데 유권자의 20~30% 지지를 얻고 있고 지난 대선에서 이 당의 후보가 41%의 득표를 함으로써 정당성 기반이 상당해 이를 헌법적 권위로 부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보다는 이 정도 지지층을 가진 정당을 금지했다가 지하화, 폭력화하면 극심한 정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반대로 해산 청구가 기각되면 정당성이 더 커져서 지지율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점을 더 두려워하는 눈치다. 하여 부작용이 더 클 정당 해산론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경제, 복지, 치안, 안보 등 사회 핵심 과제를 해결할 의지와 역량에 집중해 사람들의 불안과 불만을 먹고 사는 극우 정치가 힘을 잃게 하는, 그들이 얼마나 무능한 거짓 선동가들인지를 비추어 보여주는 유능한 민주 정치로 나아가자는 입바른 소리로 칼럼을 끝낸다. (<신진욱의 시선-국민의힘, 극우화로 자멸할까?>, 한겨레, 2026.03.18)

정치 성향이 과격한 편은 아니나 칼럼을 읽으면서 퍼뜩 떠올렸던 속담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였다. 대한민국 제1야당은 그들의 실체를 만천하에 이미 드러냈다. 또 제1야당을 추종하는 이른바 콘크리트 극우 지지층도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인지 대충 윤곽을 파악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대다수 시민들은 12.3 내란 이후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불안을 조장하는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목도했다. 제1야당과 그 추종세력이 대한민국의 주류라 여기는 시민은 극우라는 안드로메다에서 놀고 자빠진 그들말고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내란 획책에 대한 진정한 반성은커녕 그들끼리 찌그락빠그락 밥그릇싸움이나 일삼으면서 정치판을 아수라판으로 변질시키는 정당과 그 추종세력에게 건설적인 미래를 기대하는 이 또한 별로 없지 싶다. 그럼에도 제1야당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을 주도하는 정치세력이랍시고 깝친다고 깝치지만 염치 없고 가망도 없는 정당을 이대로 존속시켰다가는 나라에 끼치는 해악만 갈수록 심대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 시민은 불편한 건 결코 못 참는 기질을 자랑한다. 아예 없애든지 갈아치우든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빨리빨리' 숭배족임은 두말 하면 입만 아프다.

정당을 해산하면 더 극심한 정치 불안정을 초래할지 모른다고? 행여 해산 청구가 기각될 경우 돌아올 정치적 파장이 걱정된다고? 물론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 12.3 내란을 온몸으로 막았던 대다수 성숙한 시민의식은 혹시 맞게 될 정치적 후폭풍조차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나중에 어찌 될 값에 지금 아닌 건 당장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는 대한시민의 '빨리빨리'야말로 가장 필요할 때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2498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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