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일요일(251)

by 김대일

사랑은 아채 같은 것

성미정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내가 아닌 남을 사랑하면서 모든 걸 다 아는 척, 모든 걸 다 이해하는 척하기는 정말 어려우면서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이라는 동물만이 보유한 들쭉날쭉한 감정선을 그저 단선이라 확신하는 착각만큼 유치하면서 어리숙한 사랑도 없다. 어쩌면 영원히 평행선을 걷게 될지 모를지라도 부단히 노력해 언젠가는 맞닿게 하겠다는 무모한 긍정 혹은 발칙한 전복을 꿈꾸는 것이 차라리 사랑을 위한 영리한 수작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식탁에 오이가 올라와도 먹고 고기가 올라와도 먹으며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식탁에 올라와도 맛있게 먹게 된다. 결국 그가 먹는 모든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면 사랑은 완성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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