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면 으레 텀블러를 들고 근처 편의점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내려 받는다. 보통은 커피를 내리면서 살 게 또 있는지 둘러보겠다고 양해를 구하면 낯이 익은 직원은 암묵적으로 동의를 해 계산을 나중으로 미뤄 준다.
어제였다. 텀블러를 커피 내리는 기계에 갖다 대고 습관적으로 버튼을 누르려는데 바코드 스캐너를 든 다른 직원이 계산부터 얼른 하고 누르라는 듯 깎새를 째려봤다.
- 다른 직원은 커피 내리고 매대 둘러볼 때까지 기다려 주던데 계산을.
하지만 그 직원 단호했다.
- 그건 원칙에 안 맞습니다. 커피 계산부터 먼저 하시죠.
- 그럼 다른 거 둘러보고 커피 내리죠.
커피 내리기는 보류되었고 매대를 둘러보는 동안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다시 돌아와 직원이 원하는 절차대로 커피값부터 계산한 뒤 버튼을 눌러 커피를 내렸다. 얼추 다 되었다 싶을 때, 직원이 명토를 박았다.
- 다른 직원한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그 자리에서는 그냥 웃고 말았지만 점방으로 돌아가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무엇을 말하지 말라는 거지? 자기 말고 다른 직원한테 또 정해진 계산 프로세스를 거스르는 편법을 자제하라는 뜻인지 융통성이라고 눈꼽만치도 없는 자신의 고지식을 발설하지 말란 뜻인지 아리송한 깎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