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서 널리 퍼진 사연이 흥미롭다. 철학자 김용석이 한 칼럼에서 밝힌 내용이다.
미국의 교육자 윌리엄 클라크는 일본 메이지 유신 시기에 현대식 전문학교 설립을 위해 일본 정부로부터 초청을 받았다. 당시 그가 했던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유명해졌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Boys, be ambitious)!” 추측컨대 일제 강점기에 수입되어 널리 퍼졌던 것 같다. 나도 학창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다.
군사정권 때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터라, 당시 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장군 또는 대통령이란 답이 다수였다. 어른들은 이런 답에 “그 놈 참 포부도 크다.”며 칭찬했다. 그러니 야망이란 말을 매우 긍정적 의미로 썼고, 그냥 성공보다는 ‘대성(大成)’한다는 말을 좋아했다. 이런 말들에는 정치적이고 군사적인 뜻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런데 클라크의 말은 정치적 야심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돈을 위해서도 아니고, 이기적으로 대성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사람들이 명성이라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아니고, 인간으로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을 이루기 위해 큰 뜻을 품어라!” 그는 축재(蓄財), 출세, 허명(虛名) 등을 오히려 경계하며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위해 큰 뜻을 품으라고 한 것이었다. 도덕적인 주문이었다.
아마도 당시 군국주의가 거세던 일본에서 클라크의 말을 거두절미하고 자기들 편한 대로 야망의 의미를 해석해 그 ‘명언’을 퍼뜨린 것 같다. 어쨌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야망이란 말을 아주 좋아한다. 청소년들에게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면서 야망을 품으라고 한다.(<김용석의 시사탐방-야망과 깜냥>, 국제신문, 2021.10.22.)
근자에 자기 말 앞뒤 다 빼고 이야기한다고 야속해하는 야망 가득한 얼치기 정치가가 있다.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한 사람이 많다. 호남분들 중에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송구하다고 사과는 했어도 내내 억울한 눈치다. 시스템 정치를 구현해낸 정치가로 전두환을 말하고 싶었고 그처럼 본인도 전문가들한테 과감하게 권한을 위임할 줄 아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미로 내뱉었는데 말이다. (개한테 사과 주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림으로써 사과의 진정성까지 의심받는 신공을 펼치기에 이르렀으니 그가 속한 당의 젊은 대표 말을 빌자면, 상식 초월 그 자체다)
그의 논리대로라면 불순한 누군가(반대 당 아니면 편파적인 언론밖에 안 떠오르지만)가 자기가 말만 하면 거두절미하고 그들 임의로 의미를 왜곡시키는 상황이 불만일 것이다. 또는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클라크의 말을 명언으로 왜곡시킨 솜씨에 비한다면 그 누군가 일당은 자기한테 너무 야박하게 군다고 섭섭해할지 모를 그다. 기왕 1일1실언으로 헤드라인을 장악할 거면 더 독하고 얄밉게 퍼붓는 건 어떨까. 혹시 아는가, 그 중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같은 명언 하나쯤 건지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