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우면 알기 쉽고 간단하면 따르기 쉬우며, 알기 쉬우면 친숙해지고 따르기 쉬우면 공적을 이루리라.(…) 쉽고 간단해서 천하의 이치가 얻어지니, 천하의 이치가 얻어지면 올바른 자리가 그 가운데서 이루어진다.(주역 계사상전)
머리가 어깨 위에 달렸다는 사실은 사람이면 다 똑같지만 그 머리 모양만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천태만상인 머리를 앞에 두고 어떻게 깎아야 할지 복잡해지는 순간, 장사는 다 해먹은 거다. 척 보고 두상에 맞게 물 흘러가듯 깎아나가야 일이 빠르고 벌어먹고 살 수 있다. 이 부위는 이래서 저 부위는 저래서 너무 재다간 사공 많은 배가 산으로 가듯 스타일이 엉망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폭망이란 소리지. 두 손이 자동반사적으로 반응해야지만이 작업은 간단해지는 거야. 가위손같은 순발력으로 모든 작업을 끝내고 나면 완벽하게 깔끔해진 핸섬가이가 거울 속에서 대견하게 쳐다보고 있을 텐데.
"아저씨, 지금 기도해요?"
찰나라고 여긴 건 내 착각이었다. 어떻게 깎아야 할지 고민하던 시간이 꽤 길었었나 보다. 한 손엔 빗, 다른 손엔 가위를 들고 얼음이 된 나를 어이없이 지켜보던 손님이 결국 한 마디 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