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외래 진료날

by 김대일

외래 진료 예약 시간에 맞게 움직이자면 모친 입원 중인 요양병원엘 오전 9시 반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10시10분 예약 시간을 가뿐히 넘겨 20분을 넘겨서야 종합병원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5분도 채 안 되는 진료를 마치고 수납하는 데만 30분을 기다렸다.

원외처방이라 병원 밖 약국으로 가 조제하는 데 20분 넘게 또 기다린다.

올 2월 모친이 입원한 이래 근 9개월만에 부부 상봉이 이뤄져 내가 병원비를 수납하고 약 조제를 기다리는 동안 그간 밀린 애틋한 감정 알콩달콩 쏟아내면서 지루함을 때울 걸로 예상한다면 오산이다. 화요일이 휴일인 부친은 오후 일정을 챙기려는 마음이 급하고 한시도 가만히 못 있는 부친 생리를 모를 리 없는 모친은 얼른 병원 일 끝내고 요양병원으로 복귀하길 바라는 눈치다. 어색한 두 분만 두고 더디게 움직이는 나도 마음만 급하다.

모친 외래가 잡힌 날은 시간을 좀먹게 놔둬야 한다. 병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시간은 내 것이 아니다. 길고도 지루한 기다림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지만이 병원 안에서 나를 다스릴 수가 있다. 내 차례가 올 때까지 멍 때리고 있는 게 되레 신상에 좋은 곳이 병원이다. 그러니 모처럼 부부가 상봉해 기뻐하기보다 각자의 다음 일정에만 몰투하는 두 노친네의 어색한 시간 때우기와 병원 풍경은 너무도 조화롭지 못해 나를 긴장시킨다.

병원에서 허비하는 시간들이 모친의 건강 호전과 정비례하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용의가 있다. 그게 아니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데 급급한 미봉책의 성격이 짙어 반나절 내내 병원 주변을 들락거리는 내 몸과 마음은 지칠 수밖에 없다. 아무 것도 못하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아무렇게나 희망을 고문하는 나는 모친 외래 진료날만 되면 심사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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