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먹고 빈둥거리는 사이 자연스레 유튜브를 켠다. 한참을 보다가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 그만!' 머리는 제동을 걸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천 영상에 홀려 통제불능이다. 그러다 보면 서너 시간 훌쩍 지나가는 일은 예사다. 촌각을 다투거나 요긴한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다. 기껏해야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화나 드라마 요약, 예능 짤 따위가 단데. 정치, 사회 이슈 관련 내용이 불쑥 뜨면 뭔 내용인가 싶어 디다보긴 하지만 일방적이고 편파적이다. 근데도 한번 꽂히면 여간해서는 앱을 닫을 수가 없다. 유튜브에 손을 대면 다시는 사람 새끼가 아니라고 혼자 엄포를 놓지만 다음날 저녁 빈둥거리다 어느새 유튜브에 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유튜브에 정신이 홀리면 무아지경이 되어 버린다. 한마디로 아무 생각이 없다는 소리다. 오로지 화면 속 장면에만 빠져 모든 지각이 정지되어 버리는 몰입감, 나는 정상적인 호모 사피엔스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미디어가 없다면 살 수 없다는 호모 미디어쿠스로의 변신은 그래서 씁쓸하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제공된 정보를 따라가다 보면 나는 어느새 내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게 되고 그것을 사실의 전부인 양 믿게 된다. 이는 확증편향으로 가는 불통과 단절을 야기시키고 다름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부추겨 극단주의로 치닫게 한다. 이를테면 국내 기성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외신을 인용해 정치, 외교 정보를 다루는 국수주의 성향의 채널, 이른바 국뽕 유튜브를 시청하다 보면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를 타자화하는 착각에 빠진다. 우리나라를 빼면 온 세계가 다 아수라장이고 미개하다는 식으로. 사실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교묘하게 짜깁기한 영상과 나레이션을 보고 듣다 보면 내가 아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이는 모순을 겪는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은 올해 1월 유튜브 앱을 이용한 4,041만명 중 50대 이상이 가장 많은 28.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40대(21.3%)·30대(19.4%)·20대(17.2%)·10대(13.4%) 순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 세대의 1인당 월평균 시청시간은 922분으로 조사됐다는 통계도 있다. 50대 이상 세대가 그들의 여가시간을 온통 유튜브 시청에 할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튜브 시청이 취미가 아니라 바야흐로 일상이 되어 버린 셈이다.
손바닥만한 액정화면에 기대 편파적이고 말초적으로 세상을 바라볼까 걱정이다. 설령 절망적이고 아등바등하기만 하는 현실을 탈피하려는 몸부림으로 유튜브를 쳐다본다고 해도 공허하긴 마찬가진데. 유튜브에 빠진 동안 모든 걸 정지시켜 버리는 나를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 보면 볼수록 생각하는 걸 잊어버린 바보가 되는 느낌, 나만 그런가? 본인이 동영상을 찍고 편집해 유튜브에 업로드해 돈을 번다는 이른바 크리에이터는 용어 그대로 창조적인 활동을 하니까 차라리 낫지만 그쪽으로 아예 전향할 게 아니라면 나는 유튜브 시청 시간을 과감하게 확 줄여야 한다. 한달 15시간(922분)이란 내 생애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부로 허비해서는 안 되니까.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 무렵, 이쯤에서 호모 미디어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