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좌절 열 가지

by 김대일

늙어갈수록 서러워진다. 소싯적에는 전혀 못 느끼던 심신의 변화, 그로 인한 좌절의 경험치가 많아지고 잦아질수록 서러워진다. 머리가 벗겨지니 복건을 쓰기 편해 좋다고 호기를 부리고 이가 빠졌으니 씹지 않고도 넘길 수 있는 술을 즐길 이유가 더해졌다고 너스레를 떠는 옛사람들의 자위에 용기를 얻을 만하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복구시킬 순 없다. 무정 세월이 야속할밖에.

실학의 개두開頭라는 성호 이익이 남겼다는 '노인의 좌절 열 가지'를 읽으며 나는 몇 개나 해당이 되는지 손꼽다가 그만 크게 좌절했다. 들어맞지 않는 게 단 한 개도 없으니 나는 벌써 노인이란 말인가!

- 노인의 열 가지 좌절이란, 대낮에는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곡할 때에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에는 눈물이 흐르며, 30년 전 일은 모두 기억되어도 눈 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은 없이 모두 이 사이에 끼며,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지는 것이다.

앞니 하나가 갑자기 빠진 김창흡이 "얼굴이 망가져서 만남을 꺼리게 되니 차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발음이 부정확하니 침묵을 지킬 수 있으며, 기름진 음식을 잘 씹지 못하니 식생활이 담백해지고, 글 읽는 소리가 유창하지 못하니 마음으로 깊이 볼 수 있게 된다"며 신체 기능이 옛날 같지 않아도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다는 정신 승리를 선언했다는데 나는 무엇으로 이 좌절감에 맞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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