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려가선 갚질 않는 국민학교 동기를 성토하는 글을 SNS에서 읽은 적이 있다. 글쓴이가 안면 있는 국민학교 동기니까 채무를 불이행한 불한당 역시 미상불 내 동기렷다. 안 빌려줬다면 가게 임대료나 기타 경비로 충당할 금쪽같은 돈이었단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국민학교 동기 부탁이라 의리 상 아니 빌려줄 수 없었는데 된통 뒤통수를 맞았으니 친구 사이 믿음을 저버린 인간 말종을 아예 공동체 밖으로 추방시켜 경계를 삼고자 글을 썼다고 했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넋두리가 가슴에 썩 와닿지 않은 까닭이, 빌려주고 떼인 사람에게는 복장 긁는 소리일지 모르겠지만, 분한 마음에 토해내는 언어들이 투박하기 이를 데 없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찌꺼기들로 득시글거려서만은 아니었다. 국민학교 동창이라는, 성별의 다름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끈끈한 유대감을 떠벌리던 그들 사이에서 그깟 돈 몇 푼에 친구라면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없는 극단적 금기어를 동원해서까지 건너서는 안 될 절연의 강을 건너는 게 무슨 소용인지 회의적이었다. 수십 년 망각의 세월을 거슬러 마치 어제 본 사람인 양 느닷없는 막역함을 전제로 다시 만난 사이라면 오랜 격조로 인한 혹시 모를 몰이해나 오해쯤 불가피한 파열음이라 여기고 감수할 대범함이 필요하다. 그럴 자신이 애초에 없다면 지켜야 할 선을 먼저 확실하게 그어놓고 만남을 이어갔어야 했고. 좋은 게 좋다면서 흉허물을 덮어버리고 지내다가 큰일 터지고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수선을 떠는 건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제 얼굴에 침 뱉는 짓으로밖엔 안 보인다.
둘 사이에 드러난 금전 다툼 말고 피치 못할 다른 문제가 섞여 불화를 부채질했는지는 속사정을 모르니 내가 넘겨짚을 계제가 아니다. 채무불이행이 문제의 본질일 뿐이라면 금 간 둘의 우정을 봉합하는 방법은 딱 한 가지뿐이다. 빌린 녀석은 하루라도 빨리 돈을 갚아야 한다. 대신 상환만으로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엎지른 물을 주워 담는 심정으로 진정한 사과를 함께 건넴으로써 정성을 다해 한 땀 한 땀 우정을 꿰매야 하는 게 가장 막중한 임무다. 돈 갚는 것보다 더 지난한 일이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만약 상대방한테 사과하는 방법을 모르거나 해도 서툴 것 같으면 쿨하게 사과하는 방법을 여기에 제시할 테니 꼭 참고하시라. 내 글을 볼지는 모르겠지만.
<사과의 충분조건 6가지>
1. 사과한다고 말한 뒤 '하지만'이나 '다만' 같은 말을 덧붙이지 마라. 변명으로 들린다.
2. 무엇을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라. 과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3.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하라. 사과를 했는데도 상대방이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사과에 책임 인정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