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청출어람

by 김대일

방몽은 예한테 활쏘기를 배운 제자였다. 기술을 다 배우고 나자, 방몽은 천하에 저보다 활 잘 쏘는 자는 스승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스승 예를 살해했다. 맹자는 제자가 스승을 죽인 사건에 스승인 예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묘한 주장을 한다. 그 근거로 춘추시대의 한 일화를 든다.

춘추시대 정나라는 자탁유자라는 궁사를 앞세워 위나라를 치게 했다. 위나라에서는 유공지사로 하여금 그를 막게 했다. 자탁유자가 전장에 나서는 날 공교롭게도 병이 나서 활을 잡을 수가 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수레를 타고 전장에 나서긴 했지만 "오늘 나는 죽게 되었구나!" 라고 한탄했다. 자탁유자가 마부에게 "나를 쫓아오는 장수가 누구냐?" 묻자 유공지사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자탁유자는 그렇다면 자기는 살았다고 안도했다. 마부가 물었다.

- 유공지사는 위나라 명사수인데 살았다고 하시니 웬 말씀입니까?

- 유공지사는 활쏘기를 윤공지타로부터 배웠고, 윤공지타는 내 제자였는데 사람이 참 단정했느니라. 그런 그가 제자로 삼은 유공지사도 분명 반듯한 사람일 것이니라.

유공지사가 탄 수레가 문득 다가오더니 "선생께서는 어찌하여 활을 잡지 않으십니까?" 물었다.

- 오늘은 병이 나서 활을 잡을 수가 없다네.

- 저는 윤공지타에게서 활쏘기를 배웠고, 또 윤공지타는 선생께 배웠습니다. 저로서는 스승에게 배운 도道로써 선생을 해칠 수는 없습니다. 허나 임금의 명을 또한 거역할 수도 없습니다.

유공지사는 살통에서 화살 네 발을 꺼내 화살촉을 뽑아내고서는 자탁유자를 향해 연발로 쏜 후 제 군진으로 돌아갔다. 『맹자』의 한 대목이다.

푸른색은 쪽빛에서 나왔어도 더 푸르다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사자성어다. 스승 살해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동원해서 스승보다 독보적이길 바랐지만 알량한 재주로야 청출어람일지 몰라도 야심 때문에 인륜을 저버린 패륜아로 후세에 이름을 남겼을 뿐이다. 하지만 방몽이 저지른 천인공노할 범행이 실은 스승인 예로부터 기인했다는 맹자의 진단은 시대를 초월해 깊은 울림을 전한다. 기계적인 지식 전수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그로 인해 사람을 소외시킬지 모른다는 도덕적 위험을 경고하지 않은 스승이야말로 제자에게 청부살인을 당할 필연적인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사람을 사람답게 가르치지 못해서 빚어진 비극이다.

은인의 등에 칼을 꽂고도 의기양양해하는 무뢰한이 주변에 한둘이 아니다. 용납할 수 없는 짓을 저질러 놓고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불가피론을 장황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설파함으로써 우짜든동 자신의 정당성을 획득하려고 획책하는 게 그들의 간악한 특징이다. 계속 어울리다간 똑같은 놈 소리 들을까봐 거리를 두지만 저간의 사정을 뻔히 아는 입장에서 가끔 속에서 천불이 인다. 하지만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 무뢰한을 제자니 후배랍시고 거둬 준 자의 숙명이 그러하니 누가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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